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슨 좋은 술을 구했으니 가까운 사람들과 오붓하게 한잔하자는 것이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가뜩이나 어깨가 움츠려졌는데, 모처럼 따뜻한 소식이었다. 그런데 기대감 뒤로 따라오는 의문의 꼬리가 있었다. 좋은 술이란 뭘까? 이름난 술일까? 비싼 술일까? 아니면 맛있는 술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입으로 먹지 않고 귀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맛을 스스로 음미하기보다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일 테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통 소주가 처음으로 대중화할 때 ○○소주가 이름을 떨쳤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양주를 증류한 것이었다.

반면에, 최남선이 조선의 삼대 명주라고 일컬은 이강고, 죽력고, 감홍로는 밑술과 덧술로 두 번 빚은 이양주를 증류한 소주였다. 그런데도 한 번 빚은 단양주보다 더 싸게 팔리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많은 사람이 ‘○○소주 ○○소주’ 하니까, 입소문이 나서 ○○소주가 전통 증류 소주의 대명사처럼 되었기에 벌어진 일이다.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보다 남들의 얘기와 생각에 따라간 셈이다. 

한편으로, 요즘에는 막걸리도 고가 시대로 접어들었다. ‘△△막걸리 18도’는 출고가 11만 원에 백화점에서 소비자가 17만 원에 팔리고, □□양조장에서 출시한 한 제품(500ml)은 19만 원에 팔린다. 막걸리가 비싸지 말라는 법도 없으나, ‘비싼 술이 맛있는 술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요즘 막걸리 술병에는 맛의 분석지가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단맛과 신맛, 쓴맛, 바디감 등으로 입맛에 맞는 술을 선택하라는 자세한 안내서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양조장 술에 길들면 자연적 감각인 ‘향기’를 놓치기 쉽다. 모든 생명체는 지문처럼 각자의 사인을 갖는다. 그게 바로 향기다. 향기는 자연의 맛이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옛사람들은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 하여,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하였다. 좋은 술은 값도 맛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과 좋은 분위기에서 함께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때 마시는 술이 바로 ‘좋은 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온도가 뚝 떨어졌다. 뉴스사천 독자님들께 옷깃을 여미고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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