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맡겨진 소녀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저 / 허진 역  / 다산책방 / 2023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저 / 허진 역 / 다산책방 / 2023

[뉴스사천=차유이 사천도서관 마녀책력 독서회 회원] 이 책은 한 어린 소녀가 여름 방학 동안 엄마의 고향에 있는 먼 친척인 낯선 부부에게 맡겨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아버지가 자신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느낀 소녀의 속마음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소녀는 가난 속 많은 형제와 함께 자라며 거친 부모에게서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듯합니다. 그렇지만 맡겨진 이곳에서 어린 소녀는 찬란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됩니다.

소녀가 집에 온 첫날 밤, 매트리스에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자신이 축축한 매트리스에 소녀를 자게 했다며 본인을 탓해 일부러 감싸줍니다. 그리고 시내에 데리고 가 옷을 사주고 주변 지인들에게 소녀를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소녀는 이 집에 있는 일상이 편하기도 하지만 끝이 있는 만남이기에 차라리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린 소녀의 이러한 깊은 생각에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아이도 아닌 어린 소녀를 성심성의껏 돌봐주는 이 부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는 낳고 키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을요.

어린 소녀가 원래의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고 이 부부와 함께 지내야 현재에도, 미래에도 더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 더욱더 마음을 후벼 파왔습니다. 100페이지 채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지만 진정한 부모의 모습,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소녀가 힘들 때마다 부부와의 따뜻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바르고 예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