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 추진 계획 밝혀
산업폐기물 소각한 열로 리튬·니켈 등 희귀금속 추출 공정 소개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일일 100톤 규모 소각장·120만㎥ 매립장 조성
사천시 “대기업 투자 유치 차원 검토” 환경단체 “몇 달 전과 말 달라져”
찬성 측 “지역소멸 위기 기업 유치 필요” 반대 측 “광포만 등 환경오염”

SK에코플랜트는 11월 7일 오후 2시 곤양면행정복지센터 2층 회의실에서 ‘사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복합단지’ 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SK에코플랜트는 11월 7일 오후 2시 곤양면행정복지센터 2층 회의실에서 ‘사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복합단지’ 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대규모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매립장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사천시 곤양면 대진일반산업단지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SK에코플랜트가 폐배터리(이차전지) 재활용단지와 함께 산업폐기물 처리장(소각장, 매립장)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

SK에코플랜트는 11월 7일 오후 2시 곤양면행정복지센터 2층 회의실에서 ‘사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복합단지’ 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대진산단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대진산단은 산업단지의 산업폐기물 처리장 전환 논란으로 주민간 극심한 찬반 갈등을 겪었다. 지난 6월 박동식 사천시장이 “일반산업단지 조성 본래 목적대로 제조업 유치는 가능하지만, 대규모 매립장과 소각장 등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의 전환은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올해 초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올해 초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대진산단 시행사는 약 144만㎥ 규모 폐기물매립장 건립과 일일 폐기물 200톤을 태울 수 있는 소각장 설치, 폐자원 재활용 기업 유치 등을 담은 산업단지계획 변경안을 3월 사천시에 제출했다가 사흘 만에 스스로 취하한 일도 있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 사업계획에 비해 변경된 점을 중심으로 이날 설명회를 이어갔다. 먼저 사업명칭을 ‘사천 대진자원순환단지조성사업’에서 ‘사천 이차전지리사이클링복합단지조성사업’으로 변경했다.

기존 계획은 폐기물 재활용업 일반분양 2.3만 평, SK에코플랜트 운영 환경시설(소각장, 매립장) 2.2만 평이었으나, 변경한 사업계획은 일반 분양 없이 산단 전체를 SK에코플랜트가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SK에코플랜트가 밝힌 대진산단 활용 계획.
SK에코플랜트가 밝힌 대진산단 활용 계획.

SK에코플랜트는 이차전지 재활용업 시설 2.6만 평과 환경시설(소각장과 매립장) 1.9만 평을 모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소각장 규모는 일일 200톤에서 100톤으로, 매립장은 144만㎥에서 120만㎥로 변경키로 했다.

SK는 “전국적으로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 공장이 확대 추세인데, 경남에는 아직 없다”며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상상 이상의 확대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서 사업을 하게 되면, 지역주민 상생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겠다”며 “사천은 항공, 관광과 함께 미래 이차전지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개념도. 산업폐기물 소각장에서 나온 열로 리튬 등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개념도. 산업폐기물 소각장에서 나온 열로 리튬 등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SK는 산업폐기물을 소각해 발생한 열을 활용해, 파쇄된 폐배터리가 든 용매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 배터리 성분을 추출한다는 계획이다. 소각 후 남은 폐기물 등은 약 10년에 걸쳐 매립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산업폐기물 처리장과 이차 전지 재활용업을 동시하겠다는 발상이다. SK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침출수와 환경오염 문제는 회사의 기술력으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반대 측 주민들은 SK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SK에코플랜트의 사업 변경 전과 후 비교표.
SK에코플랜트의 사업 변경 전과 후 비교표.

SK에코플랜트의 사업계획 설명이 끝나자, 설명회장은 소란스러워졌다. 결국 이날 설명회는 심한 언쟁이 오간 끝에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이날 설명회에는 경남도와 사천시 투자유치 관련 부서 등이 함께 했다.

찬성 측 주민들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인 곤양에 대기업 유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강봉수 곤양시장 상인회장은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수익을 주민과 나누겠다는 SK를 믿어야 하지 않겠냐. 찬성 주민들의 절박함도 들어달라”고 말했다.

반면, 강두생 석문마을 노인회장은 최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광포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과 침출수 유출, 폐배터리 분해 시 유해물질 배출 우려 등을 언급하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주민 박정욱 씨는 “곤양면이 이 문제로 양분되서는 안 된다. (시의) 빠른 결정으로 양분된 민심을 봉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찬반 양 측의 고성이 오갔다. 환경단체의 발언에 일부 찬성 측 주민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찬반 양 측의 고성이 오갔다. 환경단체의 발언에 일부 찬성 측 주민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박남희 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지난 6월 사천시 결정으로 무산된 줄 알았던 매립장과 소각장을 다시 하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발언하자, 여러 명의 찬성 측 주민이 둘러싸면서 충돌 직전까지 갔다.

이날 김봉균 전 사천시의원이 “사천시가 대규모 산폐장 불허 방침을 내렸는데, 뭐가 달라진 것이 있냐”고 사천시를 향해 문제를 제기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정대웅 사천시 항공경제국장은 “기존에는 타 지역 소각장과 폐기물 매립장을 둘러본 결과를 여러 실무부서에서 검증을 했던 것이고, SK의 이차전지 재활용업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며 “배터리산업과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는 마친 상태다. 서류가 들어오면 적극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강인 SK에코플랜트 팀장은 “공사 중 분진은 최소화하고, 침출수 걱정 없도록 4중 사로를 할 것이며, 10년 간 매립 후 30년간 사후 관리를 할 것”이라며 “광포만 오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조만간 경남도와 투자유치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빠르면 11월 중 일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와 반대 측 주민들은 이번 사안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습지보호지역은 해양생태계와 해양경관 등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지정해 관리하는 구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에는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 시설 설치와 확충,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이 추진된다.하늘에서 본 광포만 전경.
사천 대진산단 인근 광포만은 최근 해양수산부 연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SK가 밝힌 사업을 추진하려면 산단 업종 변경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대진산단 유치 업종은 C28, 29, C31 등 항공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종 코드이며, 폐배터리 재활용단지, 소각장과 매립장 등을 추진하려면 E38(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 재생업) 변경이 필요하다. 기존에 승인받은 산업단지의 업종변경은 산단 지정 시 정부부처와 상급 기관 검토를 받는 것과 달리 지자체장의 재량 사항이다. 이에 사천시의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이차전지는 외부의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의 형태로 바꾸어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를 말한다. 여러 번 충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충전식 전지"라는 명칭도 쓰인다. 흔히 쓰이는 이차 전지로는 납 축전지, 니켈-카드뮴 전지(NiCd), 니켈-메탈 수소 전지(Ni-MH), 리튬 이온 전지(Li-ion), 리튬 이온 폴리머 전지(Li-ion polymer)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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