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소년들

영화 '소년들' 홍보물.
영화 '소년들'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공권력에 희생된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이들이 외면하는 사이 스러져간 이는 또 얼마나 되었던가. 그중에 하나, ‘삼례 나라슈퍼 사건 실화극’이라고 타이틀에서 밝히고 있듯 <소년들>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그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그 있었던 과거의 사실이 아프고 안타깝고 억울하다면 공감지수와 몰입도는 더 높아진다. 이미 알고 있어서 지루하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실화가 주는 특별함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적 약자는 힘이 없다. 사건이 커질수록, 검경이 개입할수록 더더욱 힘이 없다. 이 서글프고 억울한 역사는 시간이 흘러도 계속 반복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꾸준히 온 마음을 다해 신념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65> 등 정지영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바로 그 문제 제기의 역사다. 그의 영화에는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한 시민이자 예술가로서의 신념이 항상 함께한다. 

<소년들>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억울한 소년들과 진실을 알고 있지만 발설하지 못하는 자, 힘으로 은폐하려는 자 등 대척점에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약자와 강자의 권력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강한 자도 약한 자도 아닌 진실의 편에 선 사람이 약한 자의 억울함을 벗겨낸다. 그 과정은 비록 당연함에도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진실이 묻히고 힘을 잃는 이유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는 늘 그랬듯 돌아가지 않고 사실에 집중한다.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느니 한숨이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영화의 완성도는 둘째치고(작품 외적인 평가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투명하지 않은 과거사를 향해 자신만의 시선을 정조준하는 정지영 감독의 꾸준한 문제 제기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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