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 카셸 굴리 글 / 스카일라 호건 그림 / 정화진 역 / 국민서관 / 2022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 카셸 굴리 글 / 스카일라 호건 그림 / 정화진 역 / 국민서관 / 2022

[뉴스사천=신다솜 사천도서관 사서] 사람들이 학교나 직장에 갈 준비를 하느라 분주할 때, 집안 어딘가에서 편안하게 늘어져 있는 강아지를 보자면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집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맛있는 사료와 간식을 안겨 주고 목욕도 시켜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강아지의 속사정은 다르다고 한다. 여기 자발적으로 집을 나왔다고 주장하는 강아지 ‘러프’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반려인과 함께 사는 강아지 러프는 반려견으로 사는 것이 힘들고 자존심 상한다. 이유는 아주 많다. 간식 한 번 먹으려면 데구루루 굴러야 하고, 반려인에게 손도 줘야 하고, 개인기도 보여줘야 한다. 강제로 ‘귀여운’ 옷을 입히는 것도 너무너무 싫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의사가 뚱뚱하다고 진단을 내린 탓에 맛없는 건강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매번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똥을 싸야 하는 것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 모든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러프는 결국 스스로 집을 나가게 되고, 본인이 원하던 대로 자유로운 늑대처럼 살게 된다. 때때로 비를 맞기도 하고 야생 동물들에게 쫓겨야 하는 힘든 점도 있긴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살던 반려인이 처음 보는 낯선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을 발견한 러프는 왠지 모를 질투심에 그들의 뒤를 쫓게 되는데…. 반려인은 이제 러프를 완전히 잊어버린 걸까?

전작 <부끄 꼬미 왔어요>에서 북극곰과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닥친 기후 위기와 지구에서 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했던 저자는 이번에는 강아지를 화자로 내세워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가 그동안 반려동물에게 해왔던 행동들이 순전히 반려동물을 위한 것이었는지, 어쩌면 반려동물을 인간에게 복종하고 재롱을 부리는 ‘애완동물’로만 여겼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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