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치악산

영화 '치악산' 홍보물
영화 '치악산'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9월이 온 지 한참인데 날씨는 여전히 여름이다. 불볕더위가 기승이거나 장맛비로는 설명이 안 되는 폭우가 쏟아지거나, 어쨌든 올여름은 폭염에 노출되지 않으면 습한 비바람에 시달려야 했다. 둘 다 불쾌 지수가 높기는 매한가지. 공포영화가 9월에 개봉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영화는 그 오싹함으로 무더위를 잊게 만들기도 하니까. 그래서 여름을 공포영화의 성수기라고 한다만, 아무리 그래도 <치악산>은 느지막한 막차를 탄 느낌이다. 아무리 더워도 추석 명절이 코앞에 둔 9월 중순 개봉은 아침 출근 시간에 쫓겨 마지막 차를 탄 직장인 심정일 것 같다.

개봉도 하기 전에 영화 제목을 두고 지자체와의 갈등이 깊었다. 누구는 창작의 자유라고 하고 누구는 <곡성>처럼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재미만 있으면 그만인 법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날씨처럼 찝찝하던 <치악산>은 본 후에도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다. 때늦은 무더위나 습한 날씨를 잊게 할 정도의 서늘한 재미는 없더라도 최소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아야 하는데 영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이미지 훼손을 걱정하는 지자체의 입장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치악산>은 소재만 놓고 보면 호기심이 동하고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1980년 치악산 토막살인사건 괴담을 모티브(있지도 않은 사건이란다. 지자체에서 꺼릴 법도 하다)로 익스트림 스포츠의 쾌감과 비슷한 기전 작용의 공포영화의 스릴을 더했다. 더불어 오컬트 무비는 마니아층만 잘 붙들어도 평균 타율은 가능하다. 그런데 곳곳에 포진된 클리셰는 또 다른 의미로 공포스럽기까지 하고 스토리는 툭 툭 끊어진다. ‘대체 뭐 하자는 거지?’ 하는 순간 영화는 반전을 내세우며 뜨뜻미지근하게 끝난다. 더위 식히러 갔다가 분노 게이지를 풀로 채우고 열 받아서 나오는 형국인데, 차라리 이열치열이라고 우기는 게 어떨까 싶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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