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그러나 수확의 기쁨으로 부풀어야 할 농민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오히려 지난해 내려갈 대로 내려갔던 쌀값이 얼마나 회복할지가 더 관심이다. 전쟁 장기화와 기후변화 여파로 세계적으로 곡물가가 오른다는 소식이 있지만, 이미 생산 원가가 덩달아 뛰었다는 이야기부터 1인당 쌀 소비량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조선 21대 영조 대왕은 마포나루로 들어오는 쌀이 삼해주(三亥酒) 빚는 데 죄다 소비된다는 보고를 듣고 대노(大怒)하여 금주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은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사실 쌀 소비 하기에 술만 한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수입산 쌀로 빚은 양조장 술을 사 먹기보다 국내산 쌀로 빚은 전통주를 찾는다면 참 좋을 일이다. 요즘은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집집이 빚었던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점점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 쌀로 술을 직접 빚어 먹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때에 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2023  전통음식 제조기술 교육(전통주 만들기)’을 한다. 그 교육의 진행을 막걸리문화촌이 맡고 있다. 농업인은 화요일 저녁, 일반 시민은 토요일 오후가 교육 시간이다.

이번 교육은 신청을 받자마자 인원이 다 찰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 참가 구성원들의 특징은 술 빚는 이들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녀 비율이 1:11로 여성층이 압도적이며, 수업의 집중도도 아주 높다.

이들이 빚는 술은 일제 강점기에 밀주 단속을 피해 가며 빚었던 누룩 냄새 진한 술이 아닌, 과일향·꽃향이 나는 조선의 술 가양주(家釀酒)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만나고, 쌀도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삭아야만 좋은 술이 된다. 교육생들이 7주간의 술 공부를 잘 삭여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길 바란다. 나아가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우리의 전통주가 생활 속에서 되살아나기를 염원한다.

민족과 함께해온 술은 알코올이기 전에 문화이다. 전통주를 되살리려는 모두의 노력이 선한 영향력으로 승화되어 쌀 소비 촉진과 농촌 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디 혼자만의 밧줄이 아닌 함께 지탱하는 그물이 되길 바란다.

가을이다. 뉴스사천 독자님들께 가을 하늘같이 늘 맑고 푸른 날들이 가득하기를 두 손 모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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