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앤에어로, 대러 제재로 수출길 막혀 위기 가속
상습 임금체불에 노동부 진정…노동자 퇴사 이어져
아스트도 최근 유동성 위기 겪다가 ‘워크아웃’ 신청
본격 FA-50 폴란드 수출길 열린 KAI 사례와 대조적 
항공기업노조, 지자체 찾아가 관계기관 대책 마련 당부 

사천지역 일부 항공기업이 최근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사천시지부가 항공부품기업 노조 위원장들과 함께 8월 21일 오전 시장실에서 박동식 시장을 만나,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관계기관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사천지역 일부 항공기업이 최근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사천시지부가 항공부품기업 노조 위원장들과 함께 8월 21일 오전 시장실에서 박동식 시장을 만나,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관계기관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여파가 사천지역 기업체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천지역 중견 항공부품기업인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구 샘코)는 최근 대러 제재로 경영에 직격타를 맞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에 본격적인 국산 경공격기 FA-50의 수출길을 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천지역 일부 항공기업이 최근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사천시지부가 항공부품기업 노조 위원장들과 함께 8월 21일 오전 시장실에서 박동식 시장을 만나,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관계기관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날 화두는 대러 제재 등으로 위기를 맞은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였다. 

2002년에 사천시 사남면에 설립된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도어시스템 제작 전문기업으로, 승객용 도어부터 화물용 도어, 점검 도어 등을 생산·납품하고 있다. 러시아 수호이, 미국 보잉과 스피릿, 유럽 에어버스헬리콥터 등이 고객사다. 

이 업체에 결정적 위기가 온 것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이 업체는 글로벌 항공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항공기 부품을 제조·생산 해왔으나, 매출의 60%는 러시아에서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서방이 대러 경제 제재에 들어간 가운데, 해당 기업의 러시아 수출길이 막혔다.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누리집 화면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누리집 화면
8월 10일자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관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사항
8월 10일자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관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사항

이에 코스닥 상장사인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상반기 자본잠식률이 91.45%를 기록했다고 8월 10일 공시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42억 6971만 원에 순손실 74억 6300만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오는 9월 25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의안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이 회사에서는 2022년 연말부터 최근까지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발생해,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진정을 넣기도 했다. 기존 노동자 240여 명 중 현재 120여 명이 남은 상태로 매달 직원 퇴사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250억 원 이상의 금융권 대출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이 계속되자, 민주노총과 해당 기업 노조는 경남도와 사천시를 찾아 노동자 구제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사천시 우주항공과에서는 9월 21일로 예정된 우주항공특화 채용박람회 구직 지원, 현장맞춤형 항공MRO 인력양성 교육과정 지원 등을 안내했으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은 나오지는 않았다. 

이번 항공기업노조-시장 면담에는 2001년 사천시 사남면에 설립된 ㈜아스트 노조도 함께 했다. 아스트 노조는 최근 회사 상황을 알리고, 사천시와 관계기관의 경영정상화 관련 협조를 당부했다. 아스트는 직원 수 250여 명인 항공기부품 전문제작기업이다. 

아스트 누리집 화면
아스트 누리집 화면

이 업체 역시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었으며, 지난 7월 14일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워크아웃 신청 사유로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 부담 해소’를 꼽았다. 이에 금융권 공동 관리기관은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맡았다. 현재 채권단이 기업 내부 상황을 실사하고 있으며, 3~5개월 뒤에는 재무구조 개선(부실사업 정리, 구조조정 등)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 졸업 시기는 2027년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8월 11일자 아스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사항
8월 11일자 아스트 관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사항

이 업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당기순손실 377억 원을 기록했고, 이후 적자 규모는 줄었으나 유동성 위기는 계속됐다. 아스트는 현재 수주 잔량이 2조 2000억 원 가량 남아 있고, 올 연말 추가 수주도 예상하고 있다. 최근 아스트는 워크아웃 신청을 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합의서를 작성하고, 노사가 함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할 것을 결의했다. 아스트 노사는 금융채권자 공동관리가 종료될 때까지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서현호 민주노총 사천지부장은 “최근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 지역 중견 항공부품기업 2곳이 유동성 위기로 노동자들의 삶이 위기에 처했다”며 “현재 위기가 구체화된 2곳의 기업 외에도 여러 기업이 위기 징후가 있거나,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당시 여러 관계기관이 함께 모여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힘쓴 것처럼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동자들을 만난 박동식 시장은 “어려운 사정은 들었지만 당장 지자체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다”면서도, “해법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사천시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사천지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구체적으로 수집하고, 업체와 지자체 간 협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가 전체 기업의 위기가 아닌 개별 기업의 경영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항공부품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때와 달리 전체 항공기업의 위기로는 보이지는 않는다”며 “일부 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글로벌 항공 부품 수요는 늘고 있다. 업종 전체의 문제라면 정부가 나설 수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개별 기업의 위기에 가깝다. 지자체나 관계기관이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KAI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에 FA-50 경공격기 48대, 30억 달러(약 4조178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수출형 전투기 FA-50GF 1호기, 2호기는 지난 8월 15일 폴란드 국군의 날을 기념한 현지 첫 비행에 성공했다. KAI는 9월 중 FA-50GF 3,4호기의 납품을 준비하고, 올해까지 총 12대를 우선 납품할 예정이다.

폴란드 수출형 FA-50GF(사진=KAI)
폴란드 수출형 FA-50GF(사진=KAI)

폴란드와 계약한 48대 중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를 반영해 성능 개량 버전인 FA-50PL(Poland)의 형상으로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2028년까지 납품된다. 향후 폴란드 공군은 FA-50을 경공격, 특수 전술, 특수 임무 등 다양한 작전에 투입해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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