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열세 살의 걷기 클럽

『열세 살의 걷기 클럽』 김혜정 글 /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
『열세 살의 걷기 클럽』 김혜정 글 /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

[뉴스사천=황다슬 삼천포도서관 사서] 무더운 여름밤 강변을 걸어보자. 처음에는 움직이기 싫다가도 걷다 보면 어느새 머리를 어지럽히던 잡생각이 사라지고, 운동을 끝낸 후 씻고 나오면 개운함만 남는다. 여기에 걷기의 효과를 톡톡히 느낀 친구들이 있다. 함께 걸으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열세 살 걷기 클럽이 우리를 초대한다.

전교생 모두 운동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윤서는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아무도 관심 없을 것 같은 걷기 클럽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멤버가 하나둘 들어오게 되는데! 얼떨결에 클럽장까지 된 윤서. 오지랖이 넓어 모두에게 관심이 많은 강은. 직설적인 말로 분위기를 차갑게 만드는 혜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지만 어쩐지 다가가기 어려운 재희까지. 이렇게 네 명은 목요일마다 두 시간 동안 걷는 사이가 된다.

처음에는 학교 운동장을 걸었고, 여름방학이 되자 호수공원, 동네 뒷산 등 점점 다양한 장소를 걸으며 고민을 나누기 시작한다. 친했던 친구들 무리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한 혜윤은 오지라퍼 강은의 도움으로 마음을 열게 된다. 유일한 남자 멤버인 재희가 외모에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자 함께 쇼핑을 가고 스타일을 조언하며 이미지 변신을 도와준다.

윤서는 전학 오기 전 가정폭력을 당하던 친구의 비밀을 어른들에게 알린 죄책감으로 또래 아이들과 거리를 둔다. 하지만 걷기 클럽을 계속하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속 깊은 따뜻함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긍정의 힘으로 모두를 북돋아 주던 강은은 과거의 일로 악의적인 소문에 휩싸여 괴로워하며 모든 연락을 피한다. 아이들은 강은이 자신들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묵묵히 응원하며 기다린다.

각자의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는 따뜻한 이야기와 계절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일러스트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무더운 여름방학, 에어컨 밑에 숨어있지 말고 걸어보자. 해가 한풀 꺾인 공원을 걸으며 건강한 시간을 채워가다 보면 단단하게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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