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김재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뉴스사천=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해마다 이맘때면 먹음직스런 옥수수가 시장에 나온다. 어렸을 적에는 알갱이가 가지런한 옥수수를 쪄서 소쿠리에 담아두면, 항상 배가 고팠던 아이들에겐 그만한 간식이 없었다. 옥수수를 찔 때는 사카린을 적당히 넣어 주면 그 달콤한 맛이 배가 되어 꿀맛이었다. 지금도 옥수수만 보면 사카린을 사러 신나게 심부름을 가던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 생각나곤 한다. 사카린은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위장 질환에 관련된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던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우연히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려다 어마어마하게 단맛 때문에 깜짝 놀랐고 곧 이어서 자기가 실험중인 시료중 하나가 단맛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작은  양으로도 설탕의 열배 이상 단맛을 낼 수 있으므로 가난했던 시절에는 비싼 설탕을 대신하여 우리들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급기야는 기업에서 사카린을 불법적으로 밀수한 사건은 그야말로 전국을 뒤집어 놓았고, 급기야는 국회에 오물이 뿌려지는 사건이 터졌던 것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 사람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사카린이 발암 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발암물질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래전 근무하던 학교의 카페테리아에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설탕과 사카린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다. 그중 사카린에는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경고문이 쓰여 있었는데 실험실 동료는 항상 사카린을 커피에 탔다. 발암 위험이 있다는데 그걸 왜 먹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내 도시락을 가리키며 “사카린을 밥 만큼 많이 먹어야 암이 발생한다는데 그렇게 따지면 발암 물질 아닌 게 없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의 말은 논문에서 사용된 양이 현실적으로는 섭취가 불가능한 양이므로 칼로리가 전혀 없는 사카린을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낫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카린은 발암 물질에서 제외되었다. 사실 오랫동안 내가 어린 시절 먹었던 옥수수가 내심 꺼림칙했었다. 사카린에 대한 공연한 오해 때문에 그런 기분을 느낀 사람이 한 둘이었겠는가?

비슷한 일이 최근에 재현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카린처럼 설탕 대체제로 사용해 오던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규정되었다. 아스파탐이 설탕보다 훨씬 단맛을 낸다는 것도 사카린처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실험실에서 여러 물질을 다루던 중, 한 사람이 우연히 설탕보다 더 단맛을 내는 물질이 있음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사실 실험실에서 함부로 음식을 먹거나 맛을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므로 금지 되어 있음에도 우연을 통해 사카린이나 아스파탐이 단맛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아스파탐은 설탕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 많이 사용되어 왔다. 특히 칼로리가 거의 없으므로 다이어트 음료의 단맛을 위해 사용되었고, 흔히 마시는 소주에도 특유의 쓴 맛을 줄이기 위해 넣어 주기도 하였다. 적어도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설탕 대신에 단맛을 내던 아스파탐을 먹어 온 것이다.

사카린의 경우와 같이 아스파탐도 현실적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양을 먹어야만 발암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우리가 먹었던 양이나 먹고 있는 양은 발암을 일으키는 양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암이라는 질병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물질이 발암성 물질이라면 일단 경계하고 조심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된 범주에는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도 포함되어 있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일에 괜한 호들갑으로 머리만 아프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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