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되겠다는 마음

『되겠다는 마음』 오성은 저 / 은행나무 / 2022
『되겠다는 마음』 오성은 저 / 은행나무 / 2022

[이정은 사천도서관 글벗 독서회 회원] ‘되겠다는 마음’은 오성은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은 소설가로서 시작임을 알리는 것일 것이고, 앞으로 이렇게 되겠다는 각오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2023년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도 아니고, ‘되고 싶다’도 아닌, ‘되겠다는 마음’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작가의 설명을 찾아보게 되었다. 책에는 “되겠다는 마음 자체가 되지 못하는 마음과 될 수 있다는 마음, 즉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 있는 경계의 마음, 슬픔이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환희 같은 감정, 흔들리는 마음, 간절함….”이라고 되어있었다. 설명을 들을수록 더 모호해지는 것 같기도, 어찌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여 그 경계의 마음에 다다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며 책을 펼치게 되었다.

작가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을 절절하게 녹여놓고 있다. 책 속으로 스며들수록 공감하게 되고 또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순간의 마음들을 간략히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타인이 자신을 인정하는 말을 듣고 그 일을 하게 되었지만,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판단에 따라 행동을 선택하는 순간의 마음(고, 어해)

둘째, 작가를 떠난 글이 독자의 몫이 되는 순간의 마음(핑크문)

셋째, 남겨진 자가 되어 떠난 자를 그리워하나 다시 도돌이표가 될 수 없음을 아는 순간의 마음(아주 잠시동안)

넷째, 삼촌으로 인해 그 아들인 종수에게까지 닿았던 미움이 장례식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동안 공감과 위로로 마음이 녹아내리는 순간의 마음(밤은 농담처럼)

다섯째, 이별의 아픔, 상처, 슬픔,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마음을 “당신은 내게 전부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기도 해요”라며 독백으로 외치는 순간의 마음(무명의 사람들)

여섯째, 선택된 자들을 가방으로 이끄는 건 가방이었고, K는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일 뿐, K가 가방이 세상을 삼켜버리길 바라며 가방을 뒤집고 들어가는 순간의 마음(가방 안에 들어간 남자)

일곱째, 학교 폭력 피해가 세월이 많이 흘러도 고스란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회 고발적인 이야기(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여덟째, 밀크셰이크를 빨대로 마시고 유리창에 청진기를 대고 듣는 등의 이유가 숨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고, 그리고 창고가 되겠다고 하던 아내의 마음을 아내가 사라진 뒤 뒤늦게서야 헤아려 보며 이젠 라디오가 되어 소리를 들려주겠다고 말하는 순간의 남편의 마음 (창고와 라디오)

이 마음들을 안타까움, 후회, 분노, 슬픔 등으로 간단히 말할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도와 레 사이 마음의 음정”이라는 구절처럼 닿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되겠다는 마음으로 표현한다.

삶 속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간절함의 순간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고, 주변 이들과 같이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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