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조평자 사진작가] “아는 언니가 암으로 병원에 오래 있었는데 사흘 정도밖에 못 산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족사진이 찍고 싶다고 해서 주삿바늘을 잠시 빼고 왔어요. 사진만 찍고 곧바로 병실로 돌아가야 해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 잘 찍어 주세요.” 

동행 한 여자가 귀엣말로 내게 말해 주었다.

사흘밖에 살지 못한다는 여자의 소원이 한 장의 사진이라니! 

나는 자못 긴장을 했다. 서둘러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그 사이 남편은 조심조심 아픈 여자를 부축해 휠체어에 태우고 사진관으로 들어섰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군인인 듯 머리가 짧은 아들이 뒤따라 들어서는데 모두 표정이 굳어 있었다. 

여자는 환자복 위에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여자의 오른쪽 손등 주삿바늘을 꽂았던 자리에는 두툼하게 반창고가 덮여 있었다. 검정색 슈트를 걸치고 있었으나 복수가 차서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여자를 앉히고, 그 옆에 남편을 바짝 붙여 앉히고, 두 아들은 부부 뒤에 서게 했다. 벅차게 뛰고 있는 네 식구의 심장이 가장 가까이 모이게 구도를 만들었다. 사나흘 뒤의 이별을 예감하는 가족들이 서로의 어깨에 번지는 숨소리를 어루만지며 슬픈 앵글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사진사님, 저 예쁘게 찍어 주세요.” 

가늘고 힘겹게, 그러나 또렷이, 여자가 말했다. 예쁘게 남고 싶은 마음이 어쩌면 이 여자의 생애를 통틀어 마지막 부탁이라고 생각하니 사진을 찍는 내 심장이 터질 듯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 

네 식구가 안간힘으로 참고 있을 울음일 텐데 지켜보는 내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자 그녀의 남편이 왈칵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아내 옆에서, 울음이, 터져버린, 남편. 등을 돌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서럽게 서럽게……. 나도 모르게 그 복받치는 감정을 담고 싶어서 셔터를 눌렀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그 순간 스튜디오에 가득 찼다. 카메라에 가득 찼다.

여자는 평온했다. 아니, 내색하지 않았다. 두고 가야 할 한쪽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죽음을 사흘 남겨두었던 그 여자, 이승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던 그 여자, 벽을 향해 돌아서서 한없이 흐느끼던 남편의 울음이 잦아들기를 조용히 기다리던 그 여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랑하는 아내 앞에서 우는 일, 그것뿐이던 남자의 쓸쓸한 옆모습, 그녀가 마지막으로 눈동자에 담고 간 그 한 장의, 사진의, 안타까운 광경!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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