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야화(野生野話)] 두량숲과 두량저수지

두량숲과 두량저수지에는 언제나 시원한 솔바람이 분다. 그 솔바람을 품은 솔방울과 솔씨.
두량숲과 두량저수지에는 언제나 시원한 솔바람이 분다. 그 솔바람을 품은 솔방울과 솔씨.

[뉴스사천=최재길 시민기자] 가까운 두량숲에 나가보았다. 솔밭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이 참 시원하구나! 텁텁한 마음 한 자락에 솔솔 솔바람이 들어차니, 마음이 생기롭다. 솔바람 소리는 온갖 마음의 때를 씻어준다지. 그 옛날 아이를 잉태한 여인들이 솔바람 태교를 했다지 않은가. 솔밭에 서서 두량저수지를 내다본다. 자유분방한 소나무 몸통의 실루엣이 문살을 이루었다. 어스름에 불을 밝힌 시골집 창문처럼! 솔숲에 호수가 어우러지니 이런 풍경도 볼 수 있구나. 

두량솔숲
두량솔숲

솔숲 바닥에는 떨어진 솔방울이 제 마음껏 나뒹굴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소복소복 많이도 쌓였구나. 주변을 눈여겨보니 여기저기서 솔씨가 움터 나왔다. 막 싹이 튼 솔씨 하나 마음을 이끄니, 배를 깔고 엎드려 누웠다. 드디어 같아진 눈높이! 고 앙증맞은 모습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바로 곁에는 솔방울도 하나 엎드려 있다. 아~ 껍데기로 남은 생명의 노래여! 내리사랑의 숭고한 모성이여! 엄마의 마음처럼 어린싹을 지키고 섰구나! 

봄 한철 흐드러졌던 꽃들은 이제 슬며시 열매를 맺고 있다. 솔밭 가에 버티고 선 벚나무에선 어느새 버찌가 익었다. 알록달록 먹음직한 열매는 뭇 새들을 유혹한다. 어치와 직박구리가 버찌를 맛있게 따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새들이라고 이 맛난 식단을 마다하진 않겠지?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먹음직한 모습을 선보인다. 역시 온갖 새들과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이 좋아하는 영양 간식이다. 시골에서 살아나온 우리도 예전에 꽤 좋아하지 않았던가! 오디나 버찌는 야생의 생명을 살찌우는 귀하고 아름다운 열매다. 이렇게 달콤하고 넉넉한 열매들 덕분에 지구별 생태계는 공진화를 이루었다. 

벚나무 버찌
벚나무 버찌
뽕나무 오디
뽕나무 오디

물까치 한 마리 솔숲에 앉아 특유의 시끄러운 목소리를 내던진다. 가만히 다가서 보니 부리에 나뭇가지를 물고 저만치 날아간다. 주변에는 다른 물까치들이 모여서 깍깍거리고 있다. 물까치는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다. 아마도 이 주변에 물까치 둥지가 있거나 새로 둥지를 짓는 것 같다. 아직 신혼의 둥지를 틀기에 늦지 않았나 보다. 생명이 무성하게 번식하는 풍요의 계절! 출렁이는 생태 그물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물까치
물까치

이제 오월의 흰 꽃들은 모두 지고, 밤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시큼시큼한 밤나무 꽃향기가 온몸을 덮쳐온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밤나무가 많다는 거지. 밤나무꽃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을까? 보슬보슬 털로 가득한 꼬리 꽃차례 사이로 엉성한 꽃차례가 드물게 보인다. 거기 꽃자루 아래쪽에 암꽃이 숨어 있다. 상상으로 바라보면 밤송이의 형상이 보이나니. 나중에 밤톨이 들어앉으면 이 꽃이 가을날 토실토실 알밤이 되는 거다. 생명현상의 이어보기는 조각난 퍼즐을 맞춰나가는 온전한 눈동자다. 

밤나무꽃
밤나무꽃

두량저수지 둘레를 따라 걸어본다. 수면에는 마름모꼴로 새끼를 치는 마름 이파리들, 그 곁에 커다란 파라솔을 이고 낚시하는 사람들, 또 그들을 바라보며 피고 지는 족제비싸리꽃, 그 위로 백로 한 마리 느릿느릿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간다. 

수문 공사 중인 둑을 돌아 너른 저수지를 바라보고 섰다. 예전에 이곳에 소풍을 왔던 기억이 난다. 분위기를 돋우는 벚꽃이 구름처럼 피어났었지. 둑 아래 늙은 벚나무 몇 그루 흔적인 양 남아 있다. 1980년대 우리는 못 둑(저수지의 사방댐)으로 소풍을 많이 다녔다. 그 시절 못 둑은 인기 있는 행락 유원지였다. 그러니 두량저수지는 한 시대상이 녹아 있는 추억의 장소인 게지. 한 무리 개망초 동심 어린 계란꽃으로 피어나 화들짝 웃고 있다. 햇볕이 따갑다. 뭉게구름 조각들도 무더위를 피해 호수로 내려앉는다. 잔잔한 호수가 심안(心安)의 파문을 던진다.

두량저수지 풍경
두량저수지 풍경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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