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엘리멘탈

영화 '엘리멘탈' 홍보물
영화 '엘리멘탈'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다른 것을 틀린 것과 착각한다.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면 쉽게 풀릴 수도 있지만 거대한 편견이 바닥에 자리하고 있다면 서로 친해지기는 힘들다. 픽사의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서로 다른 것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 다른 것이 ‘틀림’을 딛고 ‘어울림’을 향해 가는 이야기다. 사실 편견은 얇은 막 뒤에서 떨고 있는 힘없는 그 무엇일 뿐이다. <엘리멘탈>은 얇은 막 하나만 걷어내면 모두가 별 다르지 않음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 함께 살고 있지만 서로 섞여 살지 않는다. 그래서 불 엠버와 물 웨이드의 우정은 힘들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감정을 쌓아가지만, 사랑으로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 물과 불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것이 이곳의 보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의 로맨스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엔딩을 향해 가는 과정은 충분히 행복하다. 픽사답게 불, 물, 공기, 흙을 의인화한 캐릭터 구현은 훌륭하고 공간 디자인도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멋지다. 다만 서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이다. 시각적 이미지에 비해 너무 밋밋한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딱 그만큼이 적당하기도 하다. 어떻게 함께 어울려 사느냐는 굉장히 단순하다. 서로 이해하면 되는데,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그 이해가 어렵다. 달리 생각하면 거대한 장벽도 아니고 징검다리 하나 가볍게 건너는 일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엘리멘탈>은 너무 깊은 생각보다는 눈과 귀의 즐거움을 따라가면 즐거운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일렁이는 색과 빛의 향연은 이르게 찾아온 여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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