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제24회 박재삼문학제가 지난 10일 종합시상식을 마치며 조촐히 마감되었다. 박재삼 시인은 1933년에 나셔서 1997년 작고하셨으니 64년 길지 않은 삶을 사신 분이셨다. 그동안에 15권의 시집을 내셔서 한국 문학을 풍성하게 하셨고,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문학적 자산이 되셨다. 작고하신 이듬해에 그 이름을 딴 한글시백일장이 열렸고 이렇게 시작된 문학제가 코로나 확산 등의 이유로 두 해를 거르고 해마다 열려 올해 24회에 이른 것이다. 2008년에는 박재삼문학관이 완공돼 문을 열었다.

올해의 문학제는 예년과 다르게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박재삼시에 곡을 붙이고 그것을 노래하는 제1회 박재삼시창작노래경연대회와 박재삼시를 예쁜 손글씨로 아름답게 꾸민 엽서를 경연하는 제1회 박재삼시엽서공모전이 열린 것이다. 특히 박재삼시창작노래경연대회는 작곡을 직접 해야하는 문제와 공연을 위한 적지 않은 시간 할애 등의 문제로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데도 그런대로 아름답고 정다운 경연대회가 이루어져 큰 호응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가족 친구 동료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여 사람과 시와 음악이 잘 어울리는 행사가 되었다. 시엽서도 많은 응모가 있었고, 입상자 중 대표작을 수록하는 시엽서수첩을 제작하여 박재삼문학상 수상작품집과 함께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하였다. 

박재삼시백일장도 백오십여 명의 학생, 시민들이 모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년과는 달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개별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고등학교부는 전국에서 많은 학생이 달려와 뛰어난 작품들을 창작해 내는 열의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질적인 면에서의 성장을 보인 가운데, 사천시민으로만 참가 자격을 한정한 일반부에서 이십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좋은 작품을 선보인 점도 좋았다. 우리 지역에 문학에 열의를 가진 사람들이 꽤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이라 박재삼문학의 또 다른 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우리 문학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박재삼문학상은 시집 「원근법 배우는 시간」을 펴낸 송진권 시인이 수상하였다. 박재삼문학상이 여타 어떤 문학상보다도 순수한 문학 정신을 계승한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올해도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좋은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박재삼 시인의 시는 그의 삶에서 소재를 가져와 그 소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쉬운 우리말로 드러낸 것이다. 박재삼 시인은 어릴 때부터 가난과 마주쳤기에 그 가난을 솔직히 시로 썼고, 그래서 그가 지향한 세계는 공정과 평등, 평화가 되었다. 평생 그 가난을 안고 살았을망정 그 가난에 져서 도리를 저버리는 삶을 살지는 않은 분이셨다.

그분의 문학 세계를 대변한다고 하여 그분의 문학관이 있는 노산공원에 1988년 시비로 선 그분의 시 「千年(천년)의 바람」을 다시 읽어본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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