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조평자 사진작가] 바람이 불었다. 유월의 흔하디흔한 푸른 것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인다는 것은 긍정일까?

벚꽃이 우리 동네를 뒤덮던 몇 주일 전이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요양병원에서 수년째 투병 중인 친정어머니 면회를 갔다. 어머니 통장 은행 업무도 볼 겸 잠시 외출을 허락받았다. 휠체어에서 차로 옮겨 태우려고 남편과 20여 분을 끙끙대다가 주저앉으실까 위험해서 다시 병실로 들여보낸 후 먹먹한 얼굴로 한참을 서 있다가 그냥 되돌아왔다.

흐드러진 벚꽃을 보여드리려고 했던 안타까운 마음을 가누지 못해 며칠 동안 마음을 앓다가 하루든, 한 달이든, 일 년이든, 집에서 어머니를 모셔보자고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끄덕끄덕.

남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게 하자’라는 뜻으로 여겨도 되는 순간이었다. 그 작은 제스처 하나로 모든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꽃이 튄 듯 곧장 실행에 옮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급을 신청하고 집 근처 재가복지센터 상담도 했다. 재가 요양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잘 갖춰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 왜 진작 마음을 먹지 못했을까. 홈케어 준비를 마치고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좁은 침대에 어머니와 나란히 누워 보았다. 잘 걸으실 땐 사돈어른도, 사위도 왠지 어려워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을 나와 잔 적이 없었다. 걸을 수 없게 되고서야 비로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울 때는 서로 몰래 운다.

요양병원에서 지내 온 어머니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위리안치(圍籬安置)의 공간에서 서서히 걸을 수 없게 되어가면서도 ’집’에 가겠다는 의지만큼은 끝까지 품었기에 그 바람을 어머니는 지금 이루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었을까.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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