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쏟아지는 가설들
한화·수출입은행·KAI 모두 “사실 아니다” 손사래
그러나 KAI 노조, 긴장하며 지역사회 연대 보폭 넓혀

2009년 4월 7일 KAI 원형 경기장에서 열린 노조 비상투쟁위원회 출범식 장면.
2009년 4월 7일 KAI 원형 경기장에서 열린 노조 비상투쟁위원회 출범식 장면.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정부의 KAI 지분 매각설’이 솔솔 다시 피어난다. 정부 기관으로서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KAI 노동조합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KAI 지분을 민간에 넘겨 완전 민영화하려 한다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주체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한화그룹이다. 수출입은행은 26.41%의 KAI 지분을 지녔다. 한화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며 우선 협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기본 사실을 전제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KAI까지 인수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으며, 수출입은행도 KAI의 민영화를 반기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9월 말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KAI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KAI는 “‘KAI가 한화 측과 수차례 접촉하며 사업현황과 미래 먹거리, 민영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논의’, ‘KAI도 수익 창출과 합리적 경영을 위해 민영화를 반기는 분위기’는 사실이 아닙니다.”라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관련 보도를 처음으로 한 SBS에는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이 10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지분 매각을 진행한 사실이 없고 대우조선 매각 관련 협상에서도 KAI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수 주체로 거론된 한화 쪽에서도 관련 내용을 부인하면서, ‘정부의 KAI 지분 매각설’ 또는 ‘한화의 KAI 경영권 인수설’은 주춤한 상태다.

KAI 본관 전경
KAI 본관 전경

하지만 KAI 노조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KAI 노조는 최근 ‘KAI 지분 매각에 따른 노동조합 입장’을 정리한 글에서 지분 매각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가 산업적인 요소다. 노조는 “국가 방위산업 전체를 특정 민간기업이 독점하는 사례는 해외에도 전무하다”며, 선진국의 발전 사례를 고려하더라도 현재 모습이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둘째 이유로는 KAI 내부와 지역사회를 꼽는다. 수출입은행의 지분이 한화로 넘어가면 본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천의 ‘국내 항공우주산업 거점’이란 위상도 약해진다는 얘기다. 당연히 우주항공청 유치에도 악재인데다, 이 과정에 기존의 KAI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심할 것으로 예측한다.

KAI 노조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 지분 매각 반대 운동에 다시 나서고 있다. 10월 11일, 박동식 사천시장과 윤형근 사천시의회 의장을 차례로 만나 공동투쟁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시민단체들에도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연대 강화에 나섰다. 또, 10월 18일부터 사흘 동안은 회사 내 임직원을 상대로 매각 반대 서명 작업에 들어가 3,430명의 참여를 끌어낸 상태다.

한편, KAI의 정부 지분 매각 즉, KAI의 완전 민영화 논란은 2003년, 2009년, 2012년, 2017년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수자로는 주로 대한항공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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