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소비자 연결로 도정혁신과제 이름값 살리길

2월11일은 경남도가 정한 딸기의 날이다. 제5회 딸기의 날을 맞아 그 의미를 진정으로 살리는 쪽으로 경남도 행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사진은 지난해 경남농업기술원이 만든 홍보자료.
지난해 이맘때 ‘딸기의 날’을 소개한 적이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이 딸기재배 농민들을 돕고자 제정했다는 2월11일 ‘딸기의 날’! 그러나 생산자나 소비자나, 기대만큼 아는 이가 드물어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1년이 지나 ‘딸기의 날’을 5회째 맞고 있지만 이 날을 기억하는 이가 여전히 드물다.

‘딸기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경남 사천의 한 딸기 선별장을 찾아가 농민들에게 ‘딸기의 날’을 아는지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그기 뭡니꺼? 우리야 날마다 딸기날인데..”하는 거였다. 그나마 조금 젊은 사람한테서는 “들어는 봤다”는 정도의 대답이 돌아왔다.

반면 경남농업기술원은 내일 ‘제5회 딸기의 날’을 맞아 직원들끼리 딸기를 나눠주거나 시식하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딸기 재배 농민들에게 얼마나 제값을 치르고 하는 행사인지는 몰라도 그 뜻을 잘 살려 딸기 홍보에 큰 도움이 되길 빈다.

그러나 기왕 홍보와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돕고자 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딸기의 날’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에 생각을 조금 뱉어본다.

경남의 딸기생산량이 전국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잘 하면 '딸기의 날'은 전국으로 확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천시 곤명면 성방리의 한 딸기농가에서 딸기를 고르는 모습.
경남농업기술원이 직접 밝힌 자료를 보더라도 경남의 딸기재배면적은 전국의 40%를 차지하고 있다.(전국6665ha, 경남2566ha) 이 정도 규모면 전국의 딸기유통시장을 좌지우지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경남만이라도 ‘딸기의 날’을 의미 있는 날로 만들어 있다는 생각이다. 또 전국 확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짐작한다.

그림은 간단하다. 각 지자체와 농협 그리고 딸기작목반이나 영농조합 등 생산자들이 마음을 뭉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곳에 즉석가게를 연다. 그리고 지나는 사람에게 딸기를 맛보게도 하고 효능도 알리며, 나아가 평소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도 한다. 이는 언론에서도 눈여겨 볼 것이고, 시민이나 소비자들은 2월11일을 더욱 특별한 날로 기억할 것이다.

특히 이번처럼 설 명절을 앞둔 시점이라면, 농업기술원이 ‘딸기의 날’을 만든 그 뜻처럼 ‘우리 농산물, 딸기를 선물하는 문화 만들기’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딸기의 날'이 성공을 거두려면 자치단체와 농협 그리고 생산자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 사천시농협연합사업단 브랜드는 '별 그리고'이다.
사실 2월11일을 ‘딸기의 날’로 삼은 것은 조금 싱겁다. 딸기가 두 글자인 점과 11획이라는 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뭔 대수인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만 하면 판매 전략으로 성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딸기는 “겨울에 먹는 딸기가 보약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C도 사과의 10배, 레몬의 2배나 지니고 있단다. 비타민C는 감기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딸기에 든 자일리톨 성분이 입안을 상쾌하게 하고, 잇몸까지 튼튼하게 해 치주염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딸기의 날’을 만들고 ‘딸기를 선물하라’고 권하는 일에 머뭇거리거나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런데이 저런데이’ 하며 초콜릿이니 사탕이니 권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딸기농사 짓기보다 팔아먹기에 애먹지.”

10년 넘게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한 친구가 오늘 낮에 들려준 말이다. 유통업자가 생산자 위에 군림하는 현실, 그렇다고 생산자가 더 나은 유통구조를 찾아내기는 어려운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다.

3월11일, 두 번째 딸기의 날에는 뭔가 색다름이 느껴지길 기대해보자. 사천시 사남면에 있는 한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선별장에서 출하를 기다리는 딸기.
다행히 경남농업기술원은 3월11일을 두 번째 ‘딸기의 날’로 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날에는 농민과 농협, 자치단체가 제대로 마음을 모아 보길 바란다. ‘딸기의 날’이 성공하면 ‘수박의 날’ ‘포도의 날’ ‘복숭아의 날’ ‘단감의 날’이라고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 없다. 그렇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는 더 가까워지고, 먹을거리는 더욱 안전해진다.

‘2006년 경남도정혁신과제’ 중 우수과제로 뽑혔다는 ‘딸기의 날’! 제대로 한 번 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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