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두루미는 세계적으로 3천여 마리가 남아 있어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는 조류로 우리나라에는 두루미, 흑두루미, 재두루미 3종만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주로 경기도 파주지역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3백 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사천 인근지역 중에서는 순천만에 흑두루미, 주남저수지에 재두루미가 해마다 수십 마리 씩 목격되고 있다.
대충 점심을 먹고 들뜬 마음으로 광포만에 도착했다. 진주의 모 방송국 보도팀에서도 재두루미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현장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지인과 KNN제작팀이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재두루미가 광포만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광포만 일대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진양호 쪽으로 간 것 같아.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녔어야 했는데...”
기자도 못내 아쉬웠다. 사실 재두루미를 발견한 지인이 재두루미가 창공을 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했다면 이런 생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후 내내 사천만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재두루미의 흔적은 찾지 못한 채 포기해야만 했다. 해는 이미 산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별빛만이 우리의 헛수고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재두루미 덕분에 광포만 일대를 처음으로 돌아본 기자에게 이 지역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기자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원앙을 촬영하기 위해 이틀간 광포만을 둘러본 KNN 김호문 피디는 주남저수지나 순천만처럼, 사천만도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므로 보존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생각한 것보다 놀라웠다. 철새 도래지로 주남저수지나 낙동강 하구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광포만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수의 철새가 월동하고 있는 것이 새로웠다. 광포만의 생태적 가치는 충분하다. 아니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천만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다른 유명한 철새 도래지보다 더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훼손되지 않은 것 같다.”
“광포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되지 않겠어”사천만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오랫동안 이곳에 몸을 내맡긴 지인의 말이 아직도 내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