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거북선길’을 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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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거북선길’을 가다 (2)
  • 송창섭 시인
  • 승인 2020.10.27 16: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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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차와 사람이 붐비는 혼잡한 마을을 지나면 띄엄띄엄 쉼터가 보입니다. 텐트족들도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어울려 고기를 굽고 음악을 들으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 이를 두고 사회의 건강성이라 하겠지요. 

거북선체험마을에 이르면 길옆 바닷가 쪽으로 돌탑이 보이고, 위로는 서포로 향하는 사천대교가 힘차게 뻗어 있습니다. 사천만마당이라는 이정표를 지나면서 어스름 서녘 하늘을 바라봅니다. 흰색, 검붉은 색, 잿빛, 주황색 여러 색을 띤 노을이 스펙트럼의 절정을 뽐냅니다. 지나치게 짙붉을 때엔 하늘도 달거리를 하는가 싶은 착각에 빠집니다. 저기 청춘 남녀의 멋 자랑 사진 찍기가 시선에 잡힙니다. 자리를 옮겨 다니며 작품 하나 건지려는 사진작가들의 발놀림은 예사롭지 않은 볼거리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준선 정렬을 하는 섬광이 번득이는 저 눈빛, 상상해 보십시오. 

천자문이라도 읽는 걸까요, 코스모스가 줄지어 흐늘거립니다. 편자 모양의 굽잇길을 돌면, 스멀스멀 날개를 움직이는 풍차가 등장하고 그 앞쪽엔 갯벌탐방로가 이목을 유혹합니다. 하트 문양 앞에서 기념 촬영도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마저 누린다면 행복 저격수로서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사지 않을까요. 이제 토마토 농장과 오디따기 체험장을 지나면 장송마을의 당간마당이 나옵니다. 오가는 이들이 가볍게 몸을 풀며 운동을 하거나 쉬면서 정담을 나누는 사랑터이지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벚꽃마을 선진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꺾어 곧장 내달리면 용현에 닿습니다. 

왼쪽 둑방길로 접어들면서 거칠어진 호흡을 다독입니다. 넓은 바다가 와락 끌어안듯 반깁니다. 광포만. 이순신 장군이 사천해전에서 왜군을 상대로 거북선을 최초로 사용했다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생태계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왜가리, 청둥오리, 갈매기, 발걸음 소리에 놀라 재빠르게 피신하는 조그마한 게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목숨들이 공존하는 삶의 터전입니다. 청정해역임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자연의 보고이자 성지이지요.

인도 맞은편에는 주민들이 정성을 담아 메리골드, 다알리아, 체리세이지 등 꽃들을 심어 길손들의 마음을 감쌉니다. 정결하게 조성한 길을 지나면 조용하고 아늑한 종포마을이 나타납니다. 잠시 갯가에 앉아 땀을 식히며 바삐 살아온 지난날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것도 의미 있겠지요. 어깨 허리 무릎을 가볍게 주무릅니다. 

발길을 돌려 반환점을 뒤로하고 다시 둑방길에 들어서면 멀리 사천대교 위의 가로등이 불을 밝히며 밤의 왕림을 알립니다. 아까 보았던 풍차도 멀찍이 빨강 주황 하양 초록의 멋진 빛을 내뿜으며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렇듯 어둠의 세계가 보여주는 풍경미에 취하면 피곤함은 이내 자취를 감추지요. 

어두워도 외롭지 않은 것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오가는 나그네의 앞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위력은 밝기에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면 놓치기 쉽지만 해안길 가로등에는 생활의 지혜와 쏠쏠한 재미가 숨어 있지요. 모양새로 보아 그저 밋밋한 것들은 별 매력이 없어 젖혀 두고라도, 이색적인 가로등 두 종류는 훑어봐야겠습니다.  

하나는 일곱 마리의 새 형상을 담은 가로등인데요. 다소곳이 앉아 불빛을 머금은 모양의 갈매기가 자신의 몸통에 나래짓하는 다섯 마리의 갈매기를 품고 있습니다. 등에는 비상을 꿈꾸는 또 한 마리의 갈매기를 지고 있고요. 무언가 그리움을 쫓아 미지의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은 애처롭기도 하고 희망차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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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20-11-03 03:07:57
최초의 거북선은 선조때가 아니라 태종때입니다.

나무 2020-11-03 03:07:14
http://blog.daum.net/ljuengm/1364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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