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온 가족이 함께한 겨우살이 준비 이야기

우리 집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2층 건물에 있습니다. 2000년부터 살았습니다. 여름이면 한증막과 같고, 곳곳에 비가 새 얼룩진 곳도 있습니다. 겨울엔 당연히 찬바람이 창틈을 통해 안으로 들어옵니다. 겨울마다 바람막이 공사(?)를 하지 않으면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올해 우리 집은 석유난로를 수리하고, 청소하는 것으로 겨우살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석유난로를 쓴 뒤에만 청소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름은 습도가 높아 상자 안에 있을 때 습기가 찰 수 있습니다. 쓰기 전에도 청소를 해주어야 합니다. 배선 따위도 점검해야 합니다. 쓰기 전과 후 청소를 해주면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이 석유 난로를 산 지 만 9년이 되었는데도 지금까지 고장 한 번 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청소와 정비 덕분입니다. 


석유난로 점검과 청소를 마친 후 창문에 바람막이를 했습니다. 바람막이는 창문 전체를 비닐로 막는 것입니다. 이 일을 해마다 했으니 이제 손에 익었다고 생각했는데 망치질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테이블이 흔들립니다. 되도록이면 아내를 못 올라가게 했는데 끝까지 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9년을 했으면서 망치질이 왜 그렇게 서툴러요."
"이상하게 오늘은 안 되네."

"오늘은 내가 해볼게요."

"당신은 왼손잡이잖아요."
"왼손잡이는 망치질을 못하라는 법이 어디 있어요. 우리 집 못은 내가 거의 다 박았어요. 당신 못 박은 적이 있어요?"

"그래 당신 망치질 잘 합니다. 잘 해."
"또 비닐과 졸대를 9년 동안 썼어요. 비닐 장사와 졸대 장사들 굶어죽겠어요."

역시 우리 집 못을 거의 다 박은 아내 망치질 솜씨는 대단했습니다. 나보다 훨씬 더 잘했습니다. 그런데 왼손으로 망치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와 아내, 제수씨가 왼손잡이입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 때 세 사람이 왼손으로 음식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집안 사람들 모두 함박웃음입니다.


"당신 왼손으로 망치질 하는 모습을 보니 어머니와 제수씨 생각이 나요."
"또 시작이예요."
"세 사람이 왼손으로 칼질하면서 음식 준비하는 모습은 우리 집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잖아요."

"오른손잡이는 웃지 않으면서 왜 왼손잡이는 웃는 거예요. 왼손잡이 차별입니다. 차별!"

"차별은 무슨 차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 일 한 번도 없어요."

"보세요. 왼손잡이 아내 망치질 솜씨가 남편보다 훨씬 낫잖아요. 왼손잡이 무시하지 마세요."

엄마가 망치질을 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왜 아빠가 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엄마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망치질을 하는 모습이 위험하게 보였나 봅니다. 아니 아빠는 위험해도 괜찮고, 엄마는 위험하면 안 된다는 말인지 조금 섭섭합니다. 결국 같이 올라가 바람막이 공사를 했습니다.


올 겨우살이는 아내의 망치질 솜씨 덕에 훨씬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허름한 집이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겨우살이 준비는 난방이 잘 된 어떤 집보다 더 따뜻합니다. 가족이 함께 겨우살이 준비하여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올 겨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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