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저 / 사계절출판사 / 2002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저 / 사계절출판사 / 2002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수출된 밀리언셀러 창작 동화로 책이나 영화로 많이 알려져 우리에게 익숙하다. 동화 속 주인공 잎싹은 양계장에서 평생 알을 낳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알은 품어보지 못한다. 이 책은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으로 양계장을 탈출해 꿈을 이뤄가는 ‘잎싹’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잎싹’ 모델은 황선미 작가의 실제 아버지다. 작품을 쓰면서 작가는 이야기의 맥락을 이어줄 모델이 필요했고 고민 끝에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아버지를 선택했다. 외적인 요소로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아버지. 그리 눈에 띄는 분도 아니었고 성공한 삶을 누리지도 못했지만, 책임감을 잃지 않는 사람.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지만, 원하는 것을 잃지 않는 사람 아버지. 주인공 잎싹과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작가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누구나 다 스타가 될 수 없지만, 자신의 인생만큼은 주인공으로 살아야 한다’는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오리와 닭의 생태와 배경이 되는 논, 저수지 공간의 생태에 대하여 도감을 읽고 찾아보며, 도감 속에서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니 결국 죽음이라는 결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나쁜 것, 삶은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지만 실제 동양적 세계관에서는 삶과 죽음은 순환 일부이며 죽음이 다른 생을 살리는 것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정확하게 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입양 가족의 이야기로 아이와 부모의 역할과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다소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삶과 죽음, 소망과 자유 등의 심오한 주제와 꿈을 간직한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화이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