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역병과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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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 역병과 바이러스
  • 정삼조 시인
  • 승인 2020.02.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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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중국의 우한에서 발생하였다 하여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름이 최종 정해진 감염병이 전 세계로 퍼지는 기세여서 세상이 소란하다. 마스크 값이 몇 배로 뛰었다고도 하고 우한 지역에서는 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보도가 나돈다. 폐쇄된 우한 지역에 고립된 우리나라 사람들을 전세기로 실어와 격리하게 된 시설이 있는 지역에서는 한때 이 감염병의 확산을 우려한 지역 사람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동을 꺼리니 안 좋은 경기가 더 둔화된다는 우려도 심심찮다. 이 소동이 빨리 그리고 별 탈 없이 지나가야 하리라는 소망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모양새다.

문화재청은 서울 시내 궁궐과 종묘 등에서 근무하는 수문장들과 문화해설사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기존 마스크에 궁궐 기념품으로 판매 중인 금실 자수 도깨비 문양의 검은 마스크를 덧씌워 쓰도록 했다 한다. 역병이 돌면 무서운 형상의 도깨비로 위협하여 그 역병을 쫓아낸다는 옛날의 주술(呪術)을 빌어, 감염병 확산을 방지코자 한다는 국민적 소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겠다.

이런 감염병은 과거에도 당연히 있었다. 현대에 오면서 그 원인을 밝히고 예방이나 치료법을 찾아내곤 했지만, 과거에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조에 나오는 처용설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처용가(處容歌)며 처용무(處容舞)는 이 역병으로 불리던 감염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낸 노래며 춤이라고 하겠다. 그 소망을 현재에 살려보자는 뜻도 담아 그 설화를 잠시 살펴보자.

신라 헌강왕이 동해 바닷가(훗날의 개운포)에 나갔다가 갑작스러운 안개로 길을 잃었다. 모시던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동해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약조하면 되리라 하여 관련 신하에게 명하여 용왕을 위한 절(훗날의 망해사)을 지으라 하니 곧 안개가 걷히고 동해 용왕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춤추어 왕에게 감사드렸다. 이 아들 중 하나인 처용이 헌강왕을 모시고 궁궐로 와 급간 벼슬을 받고 이어 뛰어난 미인과 혼인도 하였다. 이 부인을 사모하여 병을 옮기는 역신(疫神)이 처용의 야간 출타를 틈타 사람으로 분해 부인을 범하곤 하였는데 어느 날 이를 발견한 처용이 노래하고 춤추며 그냥 물러 나왔다. 이에 역신이 그 관용에 감동하여 처용의 얼굴만 그려놓아도 그곳에는 침입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물러갔다. 이후로 그때의 노래와 춤으로 역병을 예방하는 나례(儺禮) 등의 행사가 궁중을 중심으로 행해졌다.

민간에서는 정월대보름 무렵의 탈놀이나 지신밟기 등의 행사로 각종 재앙을 예방하고자 하였다. 당연히 이런 행사로 인해 감염병 등의 재앙이 예방되리라고 생각하는 요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그런 소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겠다. 그러나 그러한 소망은 현실에서도 효력을 나타내리라 믿는다. 간절한 소망은 현실에서 상응하는 노력을 동반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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