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3 목
  • 발행일 2020.1.23 목 10:37  
  • 연재/기획
    [인향만리] 다시 동지를 맞으며
    정삼조 시인  |  webmaster@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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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12.10  15: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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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삼조 시인.

    그 해에 가장 밤이 긴 날이라는 동지가 다가왔다. 옛 중국에서는 이 날을 새해의 첫날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날을 기점으로 하여 낮이 차츰 길어진다는 데에 의미를 두어 이 날을 그 해의 설날로 삼았다는 설(說)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동지 설을 오랫동안 지내다가 고려 말엽 무렵부터 이를 폐하고 요즘처럼 음력의 첫날을 설로 삼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24절기를 중심으로 농가의 일을 간추려 지었다는 ‘농가월령가’ 중 그 24절기의 하나인 동지 무렵에 대한 부분의 첫 4행만 소개해 본다.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시식으로 팥죽 쑤어 인리와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내년 졀후 어떠한고/ 해 짤라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루하다”

    위 노래를 요즘 말로 옮기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 같다. “동지로부터 해가 생기를 얻기 시작하는구나. 시절음식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는 어떨꼬. 해는 짧아 덧없고 밤은 길어 지루하구나.” 나라에서 새 달력을 만들어 나누어 준 날이라고 했으니 이 동지의 연원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래 그런지 지금도 이 동지를 ‘작은 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 동지를 매우 귀한 날로 여겼다. 한 해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는 몰라도 우리 어머니들은 빈부를 막론하고 그날은 잡귀를 물리친다는 붉은 팥죽을 쑤어 온 집안에 뿌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식구들을 배불리 먹이셨다. 지금 나이에 한 살을 더한 숫자만큼 찹쌀가루를 뭉쳐 만든 새알심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영문도 모른 채 그 팥죽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동짓날의 이 팥죽에는 그럴듯한 유래담도 전한다. 옛날 공공씨라는 사람의 말썽 많던 아들이 동짓날 죽어 전염병을 옮기는 역귀(疫鬼)가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그것을 기억해낸 사람들이 동짓날 팥죽을 쑤어 뿌림으로써 그 아들이 옮기는 역병을 물리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원래 중국의 한 기록에 있었던 것인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인용됨으로써 우리에게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동지는 지금의 설에 앞서서 참으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설이었으니 그 흔적만으로도 기념할만한 날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밝음이 시작된다는 이날을 맞아, 직접 팥죽을 쑤기 번거로우면 가족끼리 팥죽 외식을 하면서 그날을 기념해 보는 일은 어떨까. 

    너무 잦아도 안 되겠지만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는 간간이 있을수록 좋다. 거기에 적당한 전통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풍습이 같이 있다면 얼마나 마땅한 일이 될 것인가. 이번 동지가 그렇고 곧이어 올 성탄절과 양력 1월 1일이 그렇고 설과 정월대보름이 그럴 것이다. 좀 지나면 삼일절이 있고 사월 초파일도 있고 광복절도 있고 추석도 뒤따를 것이다. 그때마다 조상님이 물려주신 고귀한 정신을 되새기면서 그날에 맞는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면, 참말 그렇다면, 그 복은 복을 지은 당사자가 받을 것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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