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살피는 일이 우리 미래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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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보살피는 일이 우리 미래 지키는 일
  • 하병주 기자
  • 승인 2019.11.26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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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천만 해저 리포트 ④
▲ 사천바다를 찾는 생활낚시인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생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천포 앞바다 낚시어선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의 바다,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 조수간만을 되풀이하는 데다 물의 흐름도 빨랐다. 물속 시야가 탁한 가운데 정확한 어초 투입 위치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나마 사천의 바다에서 30년 이상 놀았다(?)는 노련한 수중 탐사가를 만난 건 다행이었다. 오늘의 바다를 어제의 바다와 비교하는 일도 그래서 가능했다.

성과 거둔 ‘바다목장화’ 사업
수중 탐사와 촬영을 마친 황문성 탐사가는 사천의 바다를 두고 “아직은 건강하다”고 평했다. 물론 아주 옛날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지만, 최근 들어 사천시가 자원조성사업에 힘을 쏟은 데다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도 활발히 벌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는 얘기다.

▲ 황문성 탐사가.

“어초 주변에선 볼락 치어들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잘피를 비롯한 해조류도 자리를 잘 잡은 것이 건강해 보였습니다. 파도에 뒤집히거나 갯벌에 파묻힌 어초가 가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물고기들의 보금자리로 보기에 충분했어요.”

물고기들의 보금자리는 곧 인공어초를 말한다. 사천시는 2007~2011년에 5년 동안 50억 원을 들여 연안바다목장조성사업을 진행했다. 아치형, 팔각반구형, 사각복합형, 정삼각뿔형, 강제침선, 자연석 등의 어초시설을 바다에 넣었다. 해조류 서식 환경을 꾸민 해중림 조성사업과 치어‧종묘 방류 사업도 병행했다.

2015~2019년에는 20억 원의 예산으로 소규모바다목장조성사업을 벌였다. 어초시설 투입에 폐기물 수거처리 사업도 곁들였다. 이밖에 관내 어촌계 마을어장을 대상으로 조개류 종자를 살포하는 마을어장 개발 사업을 비롯해, 마을앞바다 소득원조성사업, 수산종자 매입방류사업 등을 해마다 이어가며 수산자원 조성에 힘써왔다. 그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는 셈이었다.

사천시는 앞으로도 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인공어초에 해악을 끼치는 폐어구 등을 수거하면서 유지관리에도 힘쓸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청 해양수산과 윤병수 자원조성팀장은 “만족도 조사에서 어민들 대다수가 바다목장화사업이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며, “신규 시설 조성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어초가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 인공어초에 걸린 그물.

윤 팀장의 말에서도 짐작하듯 어초시설의 유지관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어민들이 설치하는 통발과 그물이 인공어초에 걸려 훼손된 채 버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려진 폐어구들은 물고기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누군가가 걷어내지 않는다면 어쩌면 평생 갈 덫이다.

이에 사천시는 잠수부를 이용한 폐어구 제거 작업을 해마다 이어가고 있다. 어민들이 직접 수거한 폐어구에 대해서는 해양쓰레기 수매 사업과 연계해 일정 비용을 주고 매입하기도 한다. 참고로 지난해 ‘조업 중 인양쓰레기’ 수매 양은 무게로 82톤에 이르렀다. 해양쓰레기 총량 532톤의 15%에 해당한다.

지속 생산 위해 ‘관리수면’ 지정 필요
사천의 바다 환경을 살핌에 있어 최근 부쩍 늘어난 낚시어선과 낚시객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어업인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잦고 어자원 관리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낚시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TV예능프로그램의 영향도 있겠지만 소득 향상에 따른 국민들의 여가활동 증가가 주요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생활낚시인의 증가는 낚시어선의 증가로 이어졌다. 사천만 해도 3~4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다는 게 낚시업계의 전언이다. 여기엔 전문어업인들의 동참도 한몫했다. 그 결과 현재 사천시에 등록된 낚시어선은 180척쯤이다.

낚시어선의 급증은 그만큼 낚시객들이 사천바다를 즐겨 찾음을 뜻한다. 이를 흐뭇해하면서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가 있으니, 문정호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전문위원이다. 그는 사천시청(옛 삼천포시청 경력 포함) 소속으로 30년 넘게 해양수산 업무를 본 뒤 몇 해 전 해양수산과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 문정호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전문위원.

“수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수산자원부터 되살려야 했어요. 그래서 바다목장사업에 사활을 걸었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특허출원까지 해가며 새 어초를 개발했을 정도니까, 어지간히 애를 썼던 거죠.”

사천시의 이런 노력은 상당부분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는 바다목장사업 후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명확히 담겼을 뿐만 아니라, 이번 탐사과정에도 드러났다. 해조류가 뒤덮은 인공어초 사이로 물고기들이 노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거다. 사천의 바다, 특히 삼천포 앞바다가 주말이면 수십 척의 낚시어선으로 장관을 이루는 데는 분명 이런 노력이 작용했을 터다. 그렇다면 문 위원의 안타까움은 뭘까?

▲ 볼락 치어들(신수도).

“자원조성은 잘 된 것 같은데, 지금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어요. 바다목장사업 전체를 수산자원관리수면으로 지정하지 못한 거죠. 그러기 위해선 어촌계와 어업단체들이 동의를 해줘야 했는데, 설득에 실패했어요. 이것만 잘 됐어도 낚시객들에게 돈을 얼마씩 받아 기금을 조성할 수 있고, 그 기금으로 수산자원 보호와 관리를 해나가는 지속 가능한 생산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을 텐데, 지금도 아쉬워요.”

“남강댐 토사, 대책 마련 촉구해야”
사천바다에서 낚시객의 급증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낚시바늘로 그물과 통발 등 어구를 망치는 일이다. 특히 새우나 작은 물고기 모양을 한 루어낚시바늘(일명 에기)은 어구를 찢기 일쑤다. 이로 인해 어민들과 생활낚시인 또는 낚시어선 선주 사이에는 실랑이가 일곤 한다. 사천시낚시어선협회 정현관 회장은 이 문제의 심각성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 그물에 걸린 루어낚시바늘.

“어민들로선 화날 일이죠. 멀쩡한 어구가 망가지곤 하니까.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도 보상하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일정한 기금을 조성할 생각도 있고. 대신 시에서도 일정 금액 보조해주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이런 의견에 사천시 해양수산과는 난색을 표했다. 손지숙 어업지도팀장은 “현실적으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고, 개인끼리 일어난 문제에 국비나 시비를 넣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생활낚시로 인한 어민 피해를 구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산자원관리수면 지정 실패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탐사에서 삼천포화력발전소에 따른 직접적 피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석탄 하역장 쪽 낙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발전소 측 설명에 따르면, 7년 전 대대적인 낙탄 제거 작업을 한 끝에 대략 20억 원어치의 석탄을 바다 밑에서 건져 올렸다고 한다. 마침 석탄 하역방식도 흡입식으로 바꾸면서 낙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삼천포화력발전소 석탄 하역시설.

다만 발전기를 식힌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구 쪽은 따뜻한 물의 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었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생태 현황은 어떤지 구체적인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천환경운동연합 강춘석 상임의장은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회)가 잘 관리되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이번 참에 발전소 주변 생태환경 공동조사를 발전소 측에 제안할 생각”이라 밝혔다.

여름철 남강댐 방류가 있을 때마다 몸살을 크게 앓는 사천의 바다. 바다는 그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상흔은 곧 쌓여 가는 토사를 말한다. 사천만으로 자연스레 흘러드는 강줄기가 아닌, 가화천으로 흘러드는 그 수십 배 양의 진양호 인공 물줄기가 싣고 온 토사의 흔적이었다. 사천만 내만은 물론 삼천포 앞바다도 뻘(=개흙)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수중 촬영을 맡은 황문성 탐사가의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모랫벌이 진펄로 바뀌면서 사천만에서 백합조개가 자취를 감춘 지는 이미 오래다. 

▲ 염통성게(남일대해수욕장)

이에 문정호 전문위원은 정확한 실태조사 후 대책마련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천시 의뢰로 ‘남강댐 방류 관련 사천만 피해영향조사’를 했는데, 연평균 3cm의 토사가 쌓이는 걸로 나왔다. 남강댐이 50년쯤 됐으니, 사천바다 밑바닥이 평균 1.5m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어장이 안 된다. 어장을 옮기든, 퇴적물을 준설하든 해야 한다. 사천시민들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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