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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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한려수도’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기획] 사천만 해저 리포트 ③
하병주 기자  |  into@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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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0  15: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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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려수도의 중심지’ 사천바다가 버려진 어구들에 멍들고 있다. 폐통발에 갇힌 채 야위어가는 복어 눈빛이 애달파 보인다.(신수도)

청정바다의 상징 한려해상국립공원. 그 한가운데 있는 것이 삼천포와 사천만이다. 그 청정의 이미지는 오늘날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 육지와 섬에 둘러싸여 온갖 문명의 찌꺼기를 받아냄은 물론, 여름철이면 팔자에 없는 ‘남강물폭탄’을 뒤집어쓰곤 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사천 바다는 어질고 모질어서, 뭇 생명을 품고 기르는 일을 쉬지 않는다. 그 생명을 끝내 인간에게 다시 내어주기까지 한다. 사천 바다의 이 베풂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영원할까? 아니면 한계에 이른 걸까? ‘사천만 해저 리포트’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본다. / 편집자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의 바다 속살을 들여다보기로 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삼천포화력발전소다. 이 발전소는 석탄이 연료인 탓에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어업인들 사이에는 바다오염에 대한 경계심도 강한 편이다. 한때 배로 석탄을 싣고 와 발전소 부두에서 내리는 과정에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석탄이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발전기를 식히고 돌아 나온 고온의 바닷물이 주변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그럴듯한 얘기다.

   
▲ 삼천포화력발전소 배수구 주변은 조개와 고둥의 무덤으로 뒤덮였다.

발전소 배수구는 조개들의 무덤
실제로 바다 속은 어떨까? 먼저 석탄 하역장 쪽은 대형 선박이 계속 정박해 있어 직접 촬영에 이르지는 않았다. 다만 수중 촬영에 오랜 경험이 있는 황문성 탐사가의 설명에 따르면, 요즘은 바다 밑이 깨끗하다고 한다. 하역을 흡입 방식으로 바꾸면서 배 바깥으로 쏟아져 나가는 석탄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발전소 측도 7년 전쯤 바다에 떨어진 석탄을 대대적으로 퍼 올리고 청소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역장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은 여느 바다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반면 발전기를 식힌 물이 빠져나오는 배수구 쪽은 상황이 달랐다. 사막 같고 도시의 폐허 같다고나 할까. 언제 적 조개에 고둥들인지 몰라도 그들의 껍질만 남아 무덤을 이루고 있었다. 어떤 건 형체가 있고 어떤 건 잘게 부서진 모습에서 현재진행형임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였다. 물고기는커녕 해조류나 저서생물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무는 물고기가 있는지 낚시객 몇이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물고기가 가끔 노니는 지도 모를 일이다.

   
▲ 별불가사리. 불가사리라고 해서 모두가 ‘바다의 해적’은 아니다.(남일대해수욕장)

탐사지역은 하천처럼 생긴 긴 배수구를 빠져나온 물이 넓은 바다를 만나 부채꼴처럼 넓게 퍼지는 곳이었다. 이곳의 바닷물 표면온도는 대체로 22℃ 정도. 수중 탐사를 했던 여느 바닷물 온도가 18~20℃였던 것에 비하면 2℃ 남짓 높았다. 그럼에도 바다 속 생태계는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물살을 거슬러 배수구 입구로 더 다가가니 물의 온도는 25℃로 더 올랐다.

발전소 근처 사천시와 고성군의 경계가 되는 바다도 궁금했다. 이곳은 봉현천과 사곡천의 하류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면서 사등 쓰레기매립장과 발전소 회처리장과도 가까워 어떤 특징을 띨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결과는 검은 바다였다. 물의 탁한 정도가 더 심했고, 생명체와 해저 환경을 촬영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갯벌은 검은색을 띠었다.

남일대해수욕장 쪽은 백사장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까지 모래바닥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바닥 곳곳에 울룩불룩 솟거나 구멍이 나 있는 모습에서 어떤 생명체들의 서식처임을 알 수 있었다.

   
▲ 버려진 문어통발. 최근까지도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역력하다.(신수도)

‘죽음의 덫’…폐어구와 남강댐 방류
신수도의 동쪽과 남쪽, 저도 주변 등에선 사천시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바다목장화사업의 흔적을 찾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수심이 깊은 탓에 시야가 더욱 흐렸던 탓이다. 다만 신수도 동쪽 바닷가에서 비교적 오래 전 빠트린 반구형 인공어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황문성 탐사가에 따르면, 일부 어초는 파도에 떠밀려 뒤집히거나 갯벌에 묻혔다. 그럼에도 어초 사이로 잘피가 무성하게 자라는 등 비교적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었다.

문제는 어초 사이사이에 있는 폐어구들이 오히려 수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민과 낚시객들이 어초에 걸린 그물과 통발, 낚싯바늘 등을 그대로 끊어버리면서 일종의 바다 속 덫으로 변해 있었다. 수중카메라에 잡힌 한 폐통발에는 갇힌 지 며칠은 지났을 것으로 보이는 복어 한 마리가 홀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폐어구와 바다쓰레기는 남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한 사천의 바다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탐사에서 다 발견할 순 없었지만 피해자는 물고기뿐 아니라 문어, 게 등 다양하다. 어초를 뒤덮은 폐그물은 한 서식지를 통째로 피폐화하기도 한다. 관련 대책을 더 적극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겠다.

   
▲ 희뿌연 침전물로 뒤덮인 곳에 말미잘 한 마리가 하늘거리고 있다.(비토해양낚시공원)

삼천포 앞바다에서 사천만 쪽으로 더 들어오면 바다 밑은 온통 갯벌이었다. 남강댐 인공방류가 불러온 토사의 침전과 해저지형의 변화. 특히 모랫벌이던 사천만 갯벌이 진펄로 바뀌어 그 면적을 더욱 넓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포면 별학도 근처 비토해양낚시공원의 바다 밑도 마찬가지였다. 살아가는 생명체도 단순해 보였다. 탁한 침전물에 뒤덮인 바닥에는 말미잘이 하늘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갑자기 나타난 돌돔 한 마리는 이곳이 그래도 낚시터임을 깨닫게 했다.

   
▲ 백화현상을 극복해나가는 생태 모습.(수우도)

이번 탐사에서 바다의 사막화로 불리는 백화현상(갯녹음)을 관찰하진 못했다. 다만 신수도 동쪽, 통영시 수우도 근처에선 백화현상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일부 관찰할 수 있었다. ‘바다의 해적’으로 불리는 아무르불가사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출신이 북극에 더 가까운 캄차카반도나 홋카이도 북쪽 추운지방임을 감안하면 수온이 더 내려가야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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