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

제각각 본연의 색으로 당당하게 빛나던 자연이 황량하게 탈색되며 소멸로 향하는 듯 보이는 계절이다. 밤이 길어지며 증가하는 멜라토닌 탓에 기분까지 들쑥날쑥한 마당에 흉흉하게 죽음이라니. 그러나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죽어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소멸은 너무도 확고하게 예정되어 있는 결말이다. 차라리 소멸의 방식이라도 선택하는 것으로 주어진 삶을 선용하자며 ‘변죽’을 두드려 주는 책이 있다. 그렇다. 이런 계절에는 김영민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는 것도 좋겠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는 김영민 교수는 ‘추석이란 무엇인가’, ‘위력이란 무엇인가’ 등 신문 잡지에 기고하는 글마다 SNS를 뜨겁게 달구는 요즈음 가장 핫한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의 과거 칼럼까지 찾아 읽는 일종의 팬덤도 형성되어 있다. 그러한 그가 10여 년간 일상과 사회, 학교와 학생, 영화와 독서 사이에서 근심하고 애정하며 쓴 산문들을 모은 책이다. 본질적이되 지루하지 않은 질문과 명쾌하되 가볍지 않은 대답으로 가득하다.

삶의 반대편에 있는 죽음을 통찰하여 현재 우리 삶의 의미를 드러내곤 하던 그가 말한다. “저는 차라리 불확실성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그나마 큰 고통 없이 살아가기를 원해요.”라고. 그리고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였던, 마크 타이슨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 맞기 전까지는.” 링에 오를 때는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하기에, 그는 매번 새해가 될 때에 행복을 위한 계획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표현들은 굴곡진 긴 삶을 살아야 하는 삶의 불완전성에 기반한 거품을 빼기 위한 과정일 뿐, 책을 읽다보면 탈탈 털어낸 겸허한 내면에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채색해보고 싶은 창조적인 자극이 생겨난다. “쉰다는 것이 긴장의 이완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오직 제대로 긴장해본 사람만이 진정한 이완을 누릴 수 있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다”며 때론 강력한 푸시도 불사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독자들이 너무 그럴싸한 메시지를 책에서 읽어낼까 두렵다고 말한다. 세상에 확신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데, 혹 누군가의 오독을 염려한 탓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든 글들은 독자에게 뚜렷하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변죽을 두드리는 독창적인 사유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북소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견고한 내면을 향하도록 이끌어 준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존엄한 내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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