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시인.

‘인디언’이란 백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가리켜 쓰는 말인데, 정작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얕잡아 이르는 표현이라 하여 사용하지 않고, ‘인디헤나’라는 말을 씁니다. 고교 시절 세계사 시간 때 콜럼버스가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배웠습니다. 이는 서양인 관점에서 바라본 왜곡된 역사의식이며, 편협적이고 일방적이며 지배적인 강자 우월 논리에서 나온 주장이지요. 원주민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보면, 예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조상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침략자에게 송두리째 빼앗긴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며 비평화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콜럼버스 일당은 조용하고 평온한 신대륙 아메리카를, 아니 원주민인 그들의 땅을 강력한 무기와 탐욕을 앞세워 강제 침탈하고 정복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은 오늘날 각국이 보유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배제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평가를 해야겠지요. 

리오그란데에서 명소라 할 산타엘레나협곡을 향합니다. 협곡 입구에는 조망대가 있는데 다소 허름해 보입니다. 벽면과 나무 기둥에 많은 이름들이 적혀 있습니다. 무언가 남기고 싶은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하려는 유서 심리의 발로라 여겼습니다. 

강은 말없이 고요히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낼수록 쓸쓸하고 씁쓸한 맛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원주민 인디헤나의 전혀 터무니없이 뒤집히고 유린당한 운명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한없이 넓은 사막과 평원에 얼마나 많은 인디헤나가 그리고 백인 정복자 무리가 피를 흘리며 고통을 겪고 죽어 갔을까요. 내 땅이다 네 땅이다, 하는 소유 개념이 없고 경계가 없는 그들에게, 땅을 빼앗고 마음대로 인디언 보호구역이란 것을 지정하여 바깥출입을 철저히 금하였으니 이는 천형 이상의 형벌이었습니다.  

북아메리카에는 500년 전만 해도 인디헤나가 2,000만 명 살았다고 합니다. 귀에 익숙한 아파치족(Apache), 체로키족(Cherokee), 코만치족(Comanche), 나바호족(Navajo) 외에도 네즈퍼스족(Nez Perce), 모하비족(Mohave), 모히칸족(Mohican), 샤이엔족(Cheyenne), 주니족(Zuni), 호피족(Hopi) 등 아주 많은 민족들이 거주한 거대한 땅이었습니다. 백인이 들어오면서 학살을 자행하고 홍역, 천연두 같은 신종 전염병을 퍼뜨렸지요. 자유권과 평등권을 비롯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인권을 박탈당하고 노예 신분으로 전락한 인디헤나는 인구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민족 자긍심과 함께 지켜온 삶의 철칙과 가치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삶, 자신들이 사는 자연, 자신들의 의식을 소중히 여긴 만큼 타인이나 다른 생명체의 그것 또한 더불어 귀하게 여겼습니다. 무탐무욕(無貪無慾)과 무소유(無所有)가 가져다 준 행복이요 이상(理想)이었습니다.
1994년 〈인터트라이벌 타임스〉에 실린 인디헤나의 도덕률을 몇 가지만 읊조려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거나 저녁에 잠들기 전에 뭇 생명들과 그대 안에 있는 생명에 대해 감사하라. 어제 그대가 한 행동과 생각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구하라.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대하라. 그가 그 자리에 있든 없든, 절대로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말라. 대지와 대지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대의 어머니로 여기라. 낯선 사람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한 가족처럼 사랑으로 맞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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