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맨인블랙 인터내셔널>

▲ '맨인블랙인터내셔널' 포스터.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던 조카는 군에서 제대할 때 몸집을 엄청나게 부풀려 나왔다. 남성미 넘치는 체격을 갖추기 위해 살을 좀 찌웠다면서 이제 체형 조절 좀 하고 배에 빨래판만 새기면 된다고 했다. 다시 만난 조카는 그냥 부풀어만 있었고 귀엽던 구석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덩치만 키우는 게 전부는 아닌데 말이다. 이번에 새롭게 리부트한 <Men in Black: International>이 그렇다. 그저 체격 커진 게 자랑이다.

모든 예술작품이 마찬가지라 명작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법이다. 영화라는 장르가 아무리 취향을 탄다고 하지만,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면서 재미를 보장하고 더불어 철학적 사유까지 제공하는 작품은 당연히 명작의 반열에 오른다. 그래서 <Man in Black(1997)>은 오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걸작으로 불린다. 사람들 속에 외계인이 숨어 산다는 B급 감수성 가득한 괴담을 A급 상상력으로 요리하고, 그 안에는 환상적인 세계관과 철학까지 공들여 담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시리즈 1편에서 인간과 우주를 아우르고 성찰하는 마지막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리부트 버전에는 이런 고민이 없다. 화려한 신무기와 볼거리, 확장된 공간적 배경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새롭지가 않다. 원래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니 스케일을 키우고 첨단 CG 기술로 분칠을 하면 더 많이 사랑해줄 것이라고 믿었나 보다. 볼거리가 풍성해졌다고 하기에는 낯익은 장면의 연속이요, 더욱이 MIB 특유의 블랙코미디는 어디론가 사라진 채 알 수 없는 말장난만 난무한다. 덩치만 키워서 안쓰럽던 조카 생각이 또 난다. 

기존의 남-남 버디이던 ‘Man’ in Black은 여-남 버디로 바뀌어 ‘Men’ in Black이 되었다. 이처럼 테사 톰슨의 ‘Man & Woman in Black’으로 달라진 시대를 대한 반영했지만, 그 외에는 “그날의 영광이여, 다시 한 번!”이라도 외치고 있을 뿐이다. 아니, 이 대단한 전작들과 이 멋진 배우들을 모아서 이 정도라니! 시쳇말로 ‘안 본 눈’을 사거나 MIB의 시그니처인 기억소거장치 뉴럴라이저로 본 기억을 모두 지우고 싶다. 들인 돈이 있으니 후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없어도 될 리부트였다는 소리는 듣지 않게 ‘잘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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