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숨고르기] 돼지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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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숨고르기] 돼지를 지켜주세요
  •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승인 2019.06.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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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원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신석기 시대 이후 사람들은 다양한 동물을 가축으로 사육하였는데, 고기와 젖, 가죽, 털, 기름 등을 얻거나 농사일에 이용하였다. 돼지는 물건을 운송하거나 농사일에 이용할 수 없으므로 아마도 오직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게 되었을 것이다. 스페인의 북부 지방에 있는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에도 돼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원시시대에도 돼지에 관한 관심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돼지를 가축으로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농경생활이 시작된 시기와 비슷한 B.C 6,000년경이라고 하니 거의 만년이나 되었다. 유럽, 아프리카에서 야생 돼지를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했고,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가축으로 길렀다 한다. 그 때문인지 각 지역마다 독특한 재래종이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품종이 1,000여 종에 이를만큼 다양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약 2,000년 전부터 돼지를 사육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는 여러 기록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 부여의 건국설화나, 고구려의 건국설화에 돼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도 독특한 재래종 돼지가 있었다. 재래종 돼지는 흑색을 띠고 있으며, 몸이 작고 주둥이가 긴 외모적 특징을 하고 있고 질병에 강하였다고 하는데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천 지역에도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천돈’이란 재래종 돼지가 사육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외래 품종의 범람으로 고유 특성을 잃어버렸다고 하니 마음이 안타깝다.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돼지 삼겹살에 대한 사랑은 전 세계에 알려질 만큼 대단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를 많이 소비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돼지를 사육하였지만, 불교가 들어오면서 살생을 금지하고 나서 동물을 죽이는 것을 꺼려하였기 때문에 점차 육류 소비가 줄게 되었다. 불교의 영향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던 육식문화는 고려 말기 몽골의 영향으로 되살아났으나,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를 선호하였다. 그러나 소는 농사를 지어야 했으므로 육식문화가 발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1992년 일본인이 조사한 전국의 가축 수는 소가 148만 두인데, 돼지는 97만 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10년 통계에는 돼지가 988만 두이고 소는 335만 두로 조사되었다고 하니 돼지의 사육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970년대에는 일 년에 약 2.6kg을 소비하였으나 2013년에는 20.9kg을 소비하여 약 20배가 증가하였다. 요즘엔 돼지고기가 매일 식탁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요즘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치사율 100%에 육박한다는 바이러스 병은 돼지를 사육하는 농가뿐 아니라 보통 시민들에게도 근심의 대상이다. 원래는 절지동물 등에 의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요즘은 바이러스를 가진 돼지고기를 통해서 전염되는 것이 문제이다. 바이러스를 가진 돼지고기 가공품을 사람이 먹고 난 뒤 버리면, 그 잔반을 돼지 먹이로 사용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외국여행에서 들여온 여러 가공품에 바이러스가 있다면 심각해진다.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돼지 사육은 이미 중요한 산업이 되었고 그 여파가 심상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기를 고대하는 한편, 외국여행에서 무심코 가지고 온 음식물이 문제라 하니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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