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걸캅스' 포스터.

<걸캅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배우 라미란을 염두에 둔 코믹/액션/버디무비다. 당연히 라미란 특유의 호탕함을 무기로 팝콘 무비 특유의 유쾌 통쾌한 전개를 보여주니 라미란의 팬은 당연하고 팬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겠다. 여기에 최근 젊은 청춘들에게 각광받는 모델 겸 배우 이성경까지 더해졌으니, 남성 중심의 한국 영화에서 여성 두 명이 주인공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분명 진일보한 기획이기는 하다. <델마와 루이스>, <피도 눈물도 없이>같이 비장한 결기가 감도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에 코믹이라는 장르로 도전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게 신선함을 보장하진 않는다.

전직 전설의 형사 라미란과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이성경, 심지어 두 사람은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시누이-올케 사이다. 어쩌다 보니 한 공간에서 부딪치게 된 둘은 얼떨결에 공조(?)수사에 나서게 되고 관객들의 예상대로 통쾌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자 욕심을 부린다. 시의적절한 소재를 가져와 웃음과 액션으로 포장했다는 <걸캅스>는 진부하지만 검증된 방식을 고스란히 차용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버닝썬’ 사태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분노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일정 부분 역할도 한다.

그러나 영화 소개나 예고만 봐도 알 수 있듯 성별만 바뀌었을 뿐 그동안 넘칠 만큼 소비됐던 캐릭터와 소재다. 이처럼 식상하고 진부한데 상상력마저 부족한 건지 두 명의 여성이 주연임을 지우고 ‘걸’을 강조하지 않으면 솔직히 1993년作 <투캅스>와 변별성도 없다. 무려 26년 전의 영화와 비교해야 할 상황이라니. 새로울 것 없는 소재를 차용할 경우 익숙함보다 더 나은 무엇인가가 있을 때 영화는 힘을 가진다. 그 무언가는 보통 감독의 노련함 혹은 신선함에서 오는 연출력인데 감독의 시야가 좋을 경우 영화는 장르를 떠나 완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면에서 <걸캅스>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기는 결코 힘들다. 온갖 클리셰와 진부한 서사를 전복하기에는 힘이 많이 부친다.

아무튼 <걸캅스>를 신호탄으로 앞으로 좀 더 자주 여성 버디무비가 등장했으면 한다. 다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주제나 소재면에서 조금 더 다양하고 선명한 영화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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