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포스터

세상에 정의와 신념이 살아있다며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던 민변 출신의 변호사 순호(정우성), 그러나 항산(恒産)이 없어 항심(恒心)하지 못해 대형 로펌에 들어간다. 현실에 굴복하고 적응하던 중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기회가 왔으니 살인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이런 그가 만나야 하는 유일한 사건 목격자는 세상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의 기준을 어디, 무엇에 둘 지에 따라 다르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좋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노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좋은 사람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설령 패악을 부리는 악랄한 범법자라도 그들의 가정에서 또는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좋은 사람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끼치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
 
살인사건 용의자의 무죄를 위해 애쓰는 변호사가 살인사건 목격자인 자폐 소녀를 만났다. 그녀가 변호사에게 묻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자폐아는 여느 사람과 소통방법이 남다를 뿐이 바보가 아니다. 그들의 독특한 세계를 이해한다면 대화 또한 충분히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차이와 오해를 차별로 바꾸고 이용하려 드는 것이 세상 심보다. 자폐를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차별문화를 자연스럽게 학습해왔고 때로는 당연하게 여긴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의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들여다보는 이한 감독은 나와 우리 그리고 이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장애에 대한 편견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를 지탱시켜줄 신뢰문제와 소명의식에도 화살이 되어 꽂힌다.
 
영화 <증인>은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공방이라는 법정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따뜻한 온기를 담았다. 비록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와 넣지 않아도 상관없을 멜로가 다소 흠결이지만, 여전히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배우 정우성은 이마저도 선물포장지처럼 멋지게 덮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려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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