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치킨의 기본은 누가 뭐라 해도 ‘후라이드’다. 수많은 종류의 양념 치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시되지만 적정 온도에서 좋은 기름으로 튀긴 후라이드의 맛을 따라 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이 중요한 법이다. 이건 세상사 모든 일이 그러하다. 형사들이 하는 ‘수사’도 그렇고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도 그렇다. 오랜만에 제대로 빵 터진 <극한직업>은 잘 만든 후라이드치킨 같은 영화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존폐위기에 몰린 마약반의 고반장은 우연한 기회에 특급 정보를 입수하게 되고 잠복수사를 하려다 보니 딱 들어맞는 은신처가 망해가는 치킨집이다. 무능하지만 후배 사랑은 지극한 마약반 고반장은 심기일전 치킨집을 인수하고 잠복수사에 나선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내부자의 배신도 아니고 초강력 외부 빌런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수원왕갈비집 아들 마형사의 ‘절대미각’이다. 뜻하지 않은 매출 고공행진으로 대박이 나면서 ‘닭을 잡을 것인가 범인을 잡을 것인가’라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차렸다는 설정이나 예상과 달리 대박이 나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코미디라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오산이다. 현실과 밀착하지 않은 코미디에 공감해줄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한직업>은 관객과 호흡을 하며 웃음을 쌓아올렸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에서 될성부른 코미디 감독의 싹을 보여줬던 이병헌 감독, 기초 튼실한 감독이 기본에 충실하니까 그야말로 사정없이 웃긴다. 말의 맛과 캐릭터의 맛을 환상적으로 버무려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설정조차 수긍하게 만든다. 형사와 조폭이라는 빤한 구도에 정형화된 전개방식이라 결말도 빤히 짐작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라이징과 대사의 힘을 절묘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 치킨소스가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 그래서 이 맛집을 찾은 주말 관객만 2백만 명이 넘었다.

수원 왕갈비 맛 치킨은 어떤 맛인지 정말 궁금하다. 이런 호기심은 어쩌면 욕심 부리지 않고 잘 만든 영화가 지닌 의외의 힘 아닐까.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은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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