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

빨간색 종모양의 열매가 눈길을 끄는 나무가 있다. 요맘때 가게며 거리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빨간 종처럼. 각양각색의 장식물을 더 달고 반짝이 전구를 두르면 이만한 트리가 없겠다. 나무 크기도 어른 키 남짓하니 딱이다. 정원수로 주택과 아파트에, 기념식수로 관공서 같은 곳에 더러 심겨 있어 원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이 나무는 바로 껍질과 속이 붉다하여 이름 붙은 ‘주목(朱木)’ 이다. 강원도에서는 같은 뜻으로, 붉을 적(赤)자를 써서 ‘적목(赤木)’이라고도 부른다.

주목은 은행나무, 느티나무와 함께 오래 사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흔히 주목을 두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한다. 살아서 천년을 가고, 죽어서 천년을 간다라는 뜻이다. 실제로 천년을 넘게 살고, 또 베어진 후에도 잘 썩지 않고 오래 보존되어 옛날부터 왕실의 관재(棺材)로 이용되었다. 서양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평양 낙랑고분, 경주 금관총, 고구려 무덤인 길림성 환문총의 나무 관(棺) 등에 모두 주목이 쓰였다. 또한 주목은 10년에 1미터밖에 안 자랄 정도로 더디게 자라는 나무이다. 키 자람에 연연해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은 탄광촌으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 사북읍 두위봉 자락에 있다. 그 곳 세 그루의 주목이 천연기념물 433호로 지정되었다. 나이가 무려 1천 4백살. 여전히 위풍당당하다. 신라 김유신 장군과 백제 계백 장군과 같은 시대를 살았고, 21세기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다.
 
주목은 구름과 안개가 오가는 산의 높은 곳에서, 햇볕 욕심이 많은 다른 나무들 틈에서 남겨진 적은 햇볕으로도 거뜬히 자라는 나무이다. 또한 1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늘푸른 바늘잎나무이다. 봄에 피는 꽃은 크기가 너무 작아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다가 가을 즈음 붉은 열매가 달리고서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가을에 웬 앵두인가 싶어 다가가면 속에 씨를 감싸고 있는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도 주목 열매를 좋아한다. 열매를 먹은 새들은 배설물을 통해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씨를 날라다준다. 주목의 목재는 결이 아주 곱고 아름다워 조각을 하거나 가구를 만드는데 쓰인다. 최근에는 주목의 껍질에서 암을 치료하는 ‘택솔(taxol)’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천년, 아니 그 이상을 사는 주목을 마주할 때면 오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어 어쩔 수 없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는 요맘때면 ‘나이듦’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하다.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학생들의 나이듦과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다는 노인들의 나이듦이 같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기껏해야 백년 정도 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사는 현대인들의 삶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오는 새해에는 소소한 일에도, 타인의 아픔에도,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찾는 사회문제에도 주목(注目)해보면 좋겠다. 우스갯소리로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주목‘이라고 한다. “여러분! 주목해주세요.” 주목! 나무 이름 외에 여럿 의미를 담고 있구나.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