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香). 20×15. 2018.

길가 가게유리로 주황불빛 등이 켜지고, 수업 가는 길에 살며시 들여다보니 그녀는 고양이 밥을 들고 서 있다. 향을 만드는 저곳의 동생은 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수수하니 참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은은한 향과 참 어울린다 생각했다. 지나가는 건너 차도까지 만다린향이 코끝을 스친다.

나는 습관적으로 무채색의 몸이 드러나지 않는 옷, 그리고 무취를 나름의 보호색마냥 여기며 살았다. 바디샴푸나 바디로션을 바르지 않았으며 머리샴푸조차 되도록 향이 많이 나지 않는 것을 고르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항상 무취이거나 무거운 묵향 정도로만 살아온 듯하다. 선생이 되고 싶었지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잇살이 마흔을 넘기고 보니 이유 없이 냄새에 민감해지고 향이라는 것에 내가 이상한 취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려 버렸다. 집안 곳곳에 그리고 작업실에도 오히려 묵향을 없앨 만큼 진한 디퓨저 향을 놓아둔다. 그러고 보니 내 몸에서 향을 내뿜는 것보다 맡는 것을 즐겨 하고 있었다. 내가 커피만큼이나 타인의 향을 너무도 좋아하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그곳엘 들어서니 진하게 섞여 있는 온갖 향이 어지러운 나열 속에서 제각기 자기 향을 내뿜는다. 진한 향 때문에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있던 동생은 내가 들어서면 문을 말없이 닫았다. 향이 빠져 나가는 것이 아깝다고 농처럼 던진 말 때문일 것이다. 음악에 취해 음악다방을 그냥 못 지나가듯 향에 만취하고 싶어 습관적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향만큼 예쁜 동생도 거기에 있었다. 향이 나는 곳으로 코를 들이 대며 행복해 하고 있다. 라벤더, 캐모마일, 자스민.......입으로 중얼거리기만 해도 그 향이 코끝을 만지고 있다. 나는 참 감정이입이 쉬운 사람이었다.

적절한 배합으로 손님이 원하는 향을 만들어 주고 있는 저 동생은 사람의 마음도 참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 그곳 쇼파 의자에 기대어 단잠을 청했다 나오곤 한다. 손님들의 이야기소리와 코끝에서 심장으로 들어오는 향을 느끼면서 단잠에 빠진다.

늦은 밤, 사람들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바르는 향이 손에 잡힌다. 손목에 발라대며 킁킁 대고 있으니 옆에서 그러신다. “순원 선생님, 지금 본드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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