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근무하던 연구실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었고 그 중앙에는 도토리나무 한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그 아름드리나무는 두 사람이 팔을 벌려도 안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하였고, 키도 커서 멋진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므로 자연스레 나무 밑에는 탁자와 의자가 설치되어 사람들이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는 장소가 되었고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맺은 도토리 들이 주렁주렁 열려 청설모들이 도토리 잔치를 벌이곤 하였다.

청설모들은 거의 날다시피 나무를 타며 도토리를 즐기는데, 도토리 뚜껑을 따고 부드러운 부분만 먹고는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나무 밑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먹고 있는 청설모 한 마리가 눈에 띄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녀석은 꼬리가 잘려져 있었다.  나무를 탈 때 꼬리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사람이 외줄 타기를 할 때 균형을 잡기 위해 들고 있는 장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청설모는 꼬리가 없으니 나무를 탈 수가 없어 나무 밑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먹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리라. 나무 위에서 자유롭게 도토리의 부드러운 부분만 살짝 먹고는 밑으로 버리는 사치를 즐기는 청설모에 비해, 그 녀석은 탐스런 꼬리가 없어서인지 왜소해 보이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학교의 카페 앞마당에는 고양이들이 많이 눈에 띤다. 학생들이 귀엽다고 과자도 주고 쓰다듬기도 하여서인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고양이들은 어디에서 왔는지는 몰라도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버려진 고양이들일 것이다. 누군가 간간이 작은 그릇에 사료를 담아 놓기도 한다. 봄날에는 따뜻한 햇볕을 뺏기지 않으려는 듯, 사람들이 옆에 가서 앉아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어쩌다 새끼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도 보이고 그 뒤에는 영락없이 거처로 사용하는 계단 밑을 새끼 고양이들이 드나든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고양이들의 꼬리가 이상하게 짧아진 것이 자주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영역 싸움 때문에 고양이의 꼬리가 잘렸나보다 생각했지만,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잘 어울려 노는 것으로 보아 그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고양이도 육종을 통해 꼬리가 짧거나 없는 애완용이 있기는 하지만 형태로 보아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꼬리 잘린 청설모처럼 꼬리 없는 고양이들도 나무를 오르거나 담벼락을 걷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왜 고양이 꼬리가 짧아지고 혹은 뒤틀려진 기형이 되었을까?
 
수의학을 전공하는 분에게 이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엄마 고양이가 임신을 하였을 때 영양 상태가 나쁘면 새끼 고양이의 꼬리가 형성되지 않거나 짧아진다고 한다. 고양이들에게 꼬리는 대화의 수단이기도 하다. 꼬리를 이용해서 자기의 감정 표현과 의사전달을 한다. 꼬리가 짧은 이 고양이들은 균형을 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수단 하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버려지는 개나 고양이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천강 주변에 네댓 마리씩 몰려다니는 개들을 보면 산책할 때마다 겁도 나고 불쌍하기도 하다. 한 밤 중에 고양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에는 화도 나고 아침에 찢기어져 나둥그는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볼 때 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 불편한 마음이 고양이의 짧아진 꼬리를 보면서 측은지심으로 바뀌었다. 사람의 욕심 때문에 버려지는 애완견과 애완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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