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살나무.

나무의 이름은 그 나무의 가장 주요 특징을 담아 명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살나무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요즘에는 주택의 정원이나 공원에 많이 심는 키 작은 화살나무. 나뭇가지에 화살의 깃털을 닮은 회갈색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어 ‘화살나무’가 되었다. 이름만으로도 친근함이 전해진다.

화살나무는 이름도 많다. 귀신이 쓰는 화살의 날개란 뜻의 ‘귀전우(鬼箭羽)’, 창을 막는다는 뜻의 ‘위모(衛矛)’, 가지의 날개를 태운 재를 가시 박힌 곳에 바르면 가시가 쉽게 빠진다하여 ‘가시나무’라고 한다. 날개의 모양이 예전에 머리를 빗을 때 썼던 참빗처럼 생겼다 하여 ‘참빗나무’라고 부르고, ‘홑잎나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또 단풍이 비단처럼 고와 ‘금목(錦木)’이라고도 한다.

코르크가 달린 나무가 간혹 있지만 화살나무만큼 확실하고 분명한 모양의 날개를 가진 나무도 드물다. 무슨 이유로 다른 나무에는 없는 날개를 달고 있을까? 결론은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화살나무는 이른 봄에 보드라운 새잎을 틔운다. 연하고 약간 쌉쌀한 맛의 새잎은 사람들도 나물을 해 먹을 정도이니 초식동물에게는 더 없이 좋은 먹을거리이다. 그래서 나름의 대책이 필요했다. 날개를 펼쳐 좀 더 덩치 큰 나무로 보이게 했고, 날카롭고 위협적인 코르크 날개는 초식동물이 함부로 덤비지 못하게 했다. 화살나무뿐만 아니라 나무는 벌레나 곤충,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용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뾰족한 가시가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열매나 잎의 독성분이나 특이한 향을 갖고 있거나 소나무처럼 수지성 물질(송진)을 내뿜기도 한다.   

화살나무는 5~6월에 아주 작은 황록색 꽃이 피고, 10월에 붉은 열매가 익는다. 열매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주홍색 씨가 드러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옷걸이에 둥근 구슬이 달려있는 것 같다. 코르크 날개는 약으로 쓰기도 하고 실제로 화살을 만들기도 하였다. 목재는 치밀하고 강도가 높아 나무 못 같은 특수 용도나 지팡이로 사용되었다.  

지난 봄, 꽃과 잎을 보고 화살나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가 줄기에 날개가 없는 것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알고 보니 ‘회잎나무’였다. 꽃과 잎, 열매가 닮았으면서 줄기에 날개가 없는 회잎나무는 화살나무랑 같은 ‘노박덩굴과’ 집안이다. 화살나무 못지않은 붉은 단풍을 자랑하는 것까지 닮았다. 

가을이다. 벌써 단풍 구경을 예약하는 사람들이 있다. 점점 기온이 내려가 섭씨 5도 밑으로 떨어지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방송에서 올해 첫 단풍은 9월말 설악산에서 시작하여 10월 중순이면 남부지방까지 내려와 말경에 절정이 될 것이라 한다. 햇볕을 많이 받고 하루 동안의 온도차가 큰 곳일수록 아름답게 단풍이 든다. 먼 산의 단풍이 절정일 때, 단풍구경 갈 시간마저 없다면 집이나 공원 근처에 정원수로 붉게 물든 화살나무의 단풍에 작은 위로를 받기 바란다.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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