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죽음이에요」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글 / 마루벌 / 2017

긴 머리에 꽃을 단 죽음이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가고, 언제, 어디에나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죽음을 보기 위해 불을 밝히고, 다른 이들은 죽음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문을 닫는다. 그러나 누구도 죽음을 피해 숨을 수 없다.

우리에게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다. 그러나 죽음이 마냥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죽음이 없다면 새로운 시작이 없다. 죽음이 있어야 새로운 생명, 새로운 꿈이 있을 수 있다.

죽음은 자신이 무섭다면 ‘사랑’이 있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사랑은 모든 슬픔과 미움을 없애주고, 매일 우리와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삶 그리고 사랑도 가까이 있기때문에 더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소설이 아닌 마치 시를 읽는 것 같다.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소녀같은 죽음의 모습은 이러한 감성을 더해준다. 마린 슈나이더 그림작가는 죽음을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표현하고 싶어 죽음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장면으로 연출했다고 한다.

‘나는 죽음이에요. 삶이 삶인 것처럼 죽음은 그냥 죽음이지요.’ 첫 장의 글처럼 죽음은 삶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고, 우리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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