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류승연 지음 / 푸른숲 / 2018

학구열 높은 강남 8학군 출신, 대학 졸업 후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커리어를 쌓으며 탄탄한 인생대로를 가속질주 하던 그녀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결혼 후 쌍둥이를 임신, 장애 아이를 낳고 한 치의 의심도 없었던 삶의 궤도는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180도 달라진다.

어느 누구나 그렇듯, 그녀에게도 장애는 딴 세상의 이야기였다. 태어나는 순간 아들은 그녀뿐 아니라 가족의 인생을 바꾸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리 내는 아들 앞에서 저자는 한없이 울고 분노하고 부정하는 아픈 시간을 보냈다 말한다.

하지만 끝끝내 아들이 지적장애 판정을 받자 다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존재 그대로를 인정하는 순간 열 살이 되어도 늘 꼬맹이에 머물러 있는 아들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지난 10년간 장애아를 키우며 죽을 듯 힘들었던 시간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건 세상의 시선이었다. 장애 아이를 바이러스 보듯이 피하고 그런 아이를 둔 부모는 인생이 불행할 거라 단정 짓는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하는 저자는 아프게 고백한다. 사실 그녀 역시 젊은 시절 지하철에서 마주친 장애인을 멀리 피했노라고. 장애인 가족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장애란 특정한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병이나 천벌이 아닌 누구나 예기치 못하게 만나는 사고 같은 것이고, 장애인 또한 외계인이 아닌 바로 내 가족, 친한 친구, 이웃집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저자는 아들을 바보가 아닌 어린왕자로 여겨주길, 자기만의 행성에 갇힌 어린왕자들을 지구인들이 조금만 호의적으로 봐주길 당부한다. 동시에 장애아 엄마로 10년째 살아온 내공으로 이제 막 장애를 가까이하게 된 사람들에게 괜찮다 위로하고 토닥인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얼굴, 다른 특성, 다른 삶을 산다. 하지만 그 다름에 누구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다. 장애인도 그럴 뿐이다. 다른 존재들을 잘 받아들이고, 다름을 인정할 때 우리는 건강한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한다면 그저 담담하게 대하자. 그들도 특별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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