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리처드 존스 지음/ MID / 2017

더럽다 생각하겠지만, 똥 이야기다. 모두가 꺼려하는 똥. 그러나 변비로 고생했거나, 변기가 막혀본 사람이라면 ‘똥’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안다.
 
 이 책은 곤충 사나이라 불리는 저명한 곤충학자가 곤충을 비롯한 동물들의 똥과 그 똥이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특히 저자는 최소 수천만 년 전부터 똥을 굴려온 딱정벌레의 생태와 역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공들여 설명한다. 이 자그만 곤충의 자취를 통해 냄새나는 한 덩어리의 똥이 어떤 동물에게는 보금자리가 되고 생명의 탄생의 현장이 되는 등 우리가 그동안 잊었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똥의 순환과 재순환 과정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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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으면 나오는 게 있듯, 나온 것을 처리하는 과정이 없으면 쌓인다는 당연한 진리도 일깨운다. 자연적인 똥 생태계는 버리는 것도 쓸모없는 것도 없이 분해가 되지만, 우리가 변기로 흘려보낸 똥은 인위적인 처리를 거치지 않으면 똥 무더기에 파묻힐 수도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이 똥을 인위적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들이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먹이그물을 타고 축적되면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거부감이 들고 다소 더럽게 느껴지는 똥 생태계의 중요성을 소똥구리를 만나기 위해 거대한 똥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일, 연인과 데이트를 갔다가 양의 똥에 반했던 일 등 40년 동안 연구하고 겪은 생생한 경험담 속에 녹여내 거부감 없이 똥 세상으로 인도한다.
     
 부록으로 동물별 똥의 생김새, 똥에 사는 동물과 똥을 먹는 동물, 분변학 사전 등을 약 100페이지에 걸쳐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산책길에, 등산길에, 출근길에 만나는 똥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늘 버튼 하나만 누르면 버려졌던 그 것, 그 당연함은 어디서 온 것이며 오늘 내가 내보낸 찌꺼기 ‘똥’은 어떻게 되고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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