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 포스터.

폭격으로 도심을 날려버렸다는 블록버스터 본래의 뜻처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극장가를 점령하고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5월 가정의 달이라 가족영화 또는 애니메이션이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일 법도 하건만 힘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나마 <챔피언>이 가까스로 예매율 2위로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랄까.

마동석의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챔피언>은 5월 가정의 달에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가족영화다. 다만 소재가 ‘팔씨름’이란 게 특이할 뿐인데, 실베스터 스텔론이 열연한 <오버 더 톱>을 생각해보면 완전히 낯설지도 않다. 어쩌면 팔씨름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 싶다. 팔뚝 굵은 마동석을 주연으로 삼기 위해서 억지 등장시켰다는 생각마저 드니 말이다.

배우 마동석 본인은 여러 가지 연기를 보여주었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마동석의 이미지는 대체로 하나로 묶인다. 근육빵빵한 사람이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친근감이 들고, 심지어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척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마요미, 마블리가 아닌가. 때로는 불의를 보고 나를 대신해서 응징해주는 정의의 사도 역할도 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대리만족하기에 좋다. <챔피언>은 마동석의 이러한 캐릭터가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가족영화이기에 신파가 부록처럼 딸려 온다는 건 당연히 짐작 가능하고 제대로 엮기만 하면 환상조합, 환상궁합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인데 거대 제작비를 투입하지 않은 소품격의 가족영화는 캐릭터의 완성도가 핵심이다. 그래야만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고 그것은 몰입으로 이어진다. 나쁜 놈이 주인공에게 감화 받아 개과천선한다는 전형적이라고 할 쌍팔년도 권선징악 스토리도 전개만 자연스럽다면 충분히 사랑받는다. 그런데 <챔피언>은 마동석 캐릭터 한 명만 신경을 쓰다가 지쳐버린 건지 나머지는 ‘그까이꺼 대충~’이다. 덕분에 같은 이미지만 계속 소비한 마 배우는 조만간 연기변신 강박에 걸릴 지도 모르겠다.

영화 덕분에 팔씨름대회 사정을 탐문해봤다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인데, 우리나라나 아시아지역에서 잠잠해서 그렇지 舊소련과 캐나다 지역에서는 대회가 굉장히 활발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협회가 있고 곧(05.24) 제60회 전국팔씨름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팔뚝 좀 굵다 싶은 사람은 추억 쌓기 차원에서 슬쩍 참가해봄 직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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