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영화 포스터.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10년이라는 세월에 18편의 작품을 통해서 차곡차곡 모아왔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에 전기가 도래했다.

개별 작품 또는 시리즈를 통해서 충분한 재미를 보장해왔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등장한 슈퍼히어로의 숫자만 스무 명이 훌쩍 넘는다. 모이면 더 대단하다는 걸 알려준 시리즈였고 점차 늘어나는 캐릭터는 오히려 즐거움이 되었다. 때로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산으로 가면 어쩌나 하는 의심도 있었으나 그것이야 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그 동안 뿌려놓은 떡밥이 많아서 과연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하는 우려는 있었으니, 슬슬 교통정리가 필요한 이 시점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등장했다. 어쩌면 10년이라는 기다림의 보상이다 싶기도 하다.

MCU 가운데 최대의 떡밥은 ‘인피니티 스톤’이다. 이것은 2011년에 개봉한 <토르: 천둥의 신>에 나온다.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를 아이언맨 팀과 캡틴 아메리카 팀이라고 구분 짓는 건 <시빌 워>에서 보여줬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역대 최악의 빌런 캐릭터 타노스 등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핵심 스토리는 <토르: 라그나로크>의 쿠키영상과 이어진다.

무엇보다 왜 복수하는 자들을 뜻하는 Avengers를 이 시리즈의 제목으로 삼아야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진다. 그럼에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반갑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하다. 무려 10년에 걸친 빅픽처에 그저 전율만 흐른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왔던 마블 시리즈를 모두 봤다면 이보다 좋을 선물은 없을 것이나, 몇 가지를 빼먹었다면 아무래도 2% 부족할 수밖에 없겠다.

<첨언 하나> 앞줄에 앉은 외국인 친구들이 깔깔대고 웃을 때, (본인을 포함해서) 영어가 달려 자막 들여다보느라 바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그 상황이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봤더니 오역이 아주 심각하더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박모 번역가가 1위에 오르더니 이유가 있었다. 보통은 개떡 같은 자막과 번역을 욕하기 마련이지만 자막 없이 영화를 보지 못하는 자신을 탓했다. 문득 노오오오오력을 하지 않았다는 자괴감마저 드는데, 우리말도 아니고 외국어를 못하는 게 무어 그리 큰 죄라고 말이다.

<첨언 둘> 영광의 꽃길을 달리는 마블을 보고 있노라니 또 다시 ‘저스티스 리그’의 DC가 불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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