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5 수
경제
오랜 기다림 ‘MRO’, 너무 큰 기대는 말자[해설] KAI의 ‘정부 지원 항공MRO 사업자’ 선정이 갖는 뜻
일자리 창출·경제효과 똑바로 봐야
“MRO는 인천, 제주 등 전국으로 확대”
하병주 기자  |  into@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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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8  1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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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정비(MRO) 개념도(출처:국토교통부)

“MRO는 황금알 낳는 거위 아냐”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이 오랜 기다림 끝에 정부가 지원하는 항공 정비(=MRO) 사업자로 선정됐다. 항공MRO 사업을 KAI와 사천에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처음 나온 것이 2014년 12월이고 보면 꼭 3년 만에 이룬 결과물이다. 이 소식에 항공업계는 물론 지역민들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항공MRO는 거침없이 성장하던 KAI의 옛 영화를, 그리고 사천 항공산업의 성장을 다시 불러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음’이다. 무엇보다 KAI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있다. 최근 만난 복수의 KAI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사천시민들이 MRO를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마냥 여기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3년 전 이맘때 “항공산업의 매력은 항공기를 파는 데 있지 않고 유지관리에 있다”고 말하며 MRO사업 유치에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실어주길 바랐던 분위기에서 사뭇 달라졌다.

지난여름 검찰 수사로 한창 곤욕을 치를 때 KAI노조가 언론을 향해 했던 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MRO사업은 사실 당장 돈이 안 된다. 어쩌면 10년, 15년이 지나도 흑자가 어려울 수 있다. KAI로선 그만큼 부담이 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 MRO 사업자가 발표된 19일 사천시(위)와 경남도의회가 각각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까진 아니더라도 KAI와 사천지역사회로선 놓쳐서는 안 될 사업이며, 이를 위해 경남도와 사천시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가 2년 넘게 이어져 왔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후퇴 내지는 반전임에 틀림없다. 돌이켜 보면, 당장이라도 사업 대상을 결정할 것처럼 하던 국토부가 이만큼 시간을 끈 것도 ‘돈이 될까?’ 하는 근본적 의구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리라. 정부 지원 사업비도 당초 593억 원에서 269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렇듯 3년 전 충북 청주시와 유치 경쟁을 하던 때와 비교해 지금은 항공MRO를 바라보는 인식이 상당부분 달라졌음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규모가 줄긴 했으나 정부의 사업 지원 의지가 여전한 상황에서 항공MRO는 KAI와 사천․경남의 항공산업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리란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 느낌이다.

“아시아의 MRO 허브 육성” 그러나

정부 지원 항공MRO 사업자로 KAI가 선정되자 KAI는 물론 사천시와 경남도, 경남도의회, 국토부까지 홍보자료를 내며 의미를 새겼다. KAI 김조원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아시아의 항공기 정비사업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송도근 사천시장은 “2027년에 매출액 5627억 원과 고용창출 효과 4164명”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항공우주 시장의 주역이 되어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을 기대했고, 박동식 의장을 비롯한 경남도의원들은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위해 (의회 차원의)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항공정비사업에 대한 소개와 이후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자세한 자료를 덧붙였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MRO에 대한 이해와 사업자 선정의 의미, 효과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항공MRO란 항공기의 안전운항과 성능향상 지원을 위한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을 하는 사업이다. 종류로는 운항정비, 기체중정비, 엔진정비, 부품정비 등이 있다. 예전엔 항공사가 정비를 직접 했으나, 1990년대 이후 비용절감과 항공기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을 이유로 전문 MRO 업체에 맡기는 추세다.

   
▲ 국내 MRO 시장 규모 현황(출처:국토교통부)

MRO의 해외시장 규모는 2015년 671억 달러에서 2025년엔 1005억 달러로 연평균 4.1%의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시장은 2016년 2.9조(민수 1.9조, 군수 1조) 원에서 2025년 4.3조(민수 2.6조, 군수 1.66조) 원으로 연평균 5.1%의 성장이 예상된다.

MRO사업의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됨에 따라 국토부는 2015년 제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항공정비산업(=MRO) 맞춤형 입지 지원 정책’도 발표했다. 전문 MRO 업체가 지자체와 협의해 입지를 결정하면 산업단지 지정 등을 통해 부지 저가 지원, 지방세 감면, 그리고 페인팅용 격납고 등 각종 정비시설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국방부, 방사청과 협력해 해외에 위탁하고 있는 전투기 정비 수요를 국내업체에 맡긴다는 계획도 담았다.

이후 이 사업을 두고 경남 사천시와 충북 청주시가 경쟁하는 모양새였으나 청주시의 사업 파트너였던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 8월에 발을 빼면서 사천시가 단독으로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포기 선언 이후에도 MRO 사업자 선정은 더디기만 했다. 이유야 여럿이겠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정비 물량 확보에 애로를 겪었던 것이 결정타였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선출이라는 큰 정치적 격변과 맞물리며 더욱 뒤로 밀리게 됐다.

내년 8월에 항공정비 전문업체 신설

드디어 12월 19일, 오랜 기다림이 끝났다. 국토부가 전날 열린 ‘항공정비 사업계획 평가위원회’ 심의결과를 토대로 KAI를 정부지원 항공MRO 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다. 평가위원회는 사업수행능력, 정비수요확보, 투자계획, 사업추진전략, 사업실현가능성, 부지와 시설 등 6개 평가분야에서 우수 판정을 내렸다. 사천시와 경남도가 사업부지를 저리임대로 제공하고, KAI가 군용기 정비경험과 함께 항공사들이 많이 운용하고 있는 B737 항공기의 개조 경험이 있으며, 항공 관련 협력업체 60여 개가 함께 밀집해 있는 점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또 정부지원 이외에 투자금융사 등 다양한 출자기관을 확보한 점도 높게 샀다. 항공MRO 전문법인 설립에는 KAI 외에 하나금융투자, 현대위아, 제주항공,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이상 국내업체)와 미국 AAR, Unicle 등 2개사가 참여한다.

이들 업체는 내년 3월 발기인 조합 설립 후 8월에 항공기 정비사업 전문업체를 신설한다. 신설 MRO 업체는 자본금 1300여억 원을 포함해 향후 10년간 3500억 원을 투자한다. 그 중에서도 KAI는 현금 300여억 원과 함께 사천 제2공장을 현물로 출자한다. 사천 제2공장에서는 지금도 상당 수준의 항공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P-3C, T-50, KT-1, K-UH, F-5, F-16, F-15 등 주로 군수물량이다.

여기에 정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적 항공기 정비의 내수전환을 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정비수요 1.9조원 중 48.6%인 9400억 원 규모가 해외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운항사 가운데 대한항공은 기체와 엔진 모두 자체정비 하고 있고,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 역시 대한항공에 외주를 맡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체 일부만 자체정비 할 뿐 나머지 기체와 엔진 부문은 해외에 정비를 맡기고 있다. 나머지 에어부산, 제주에어, 이스타, 티웨이, 에어인천, 에어서울 등 저가항공사들은 운항정비만 스스로 할 뿐 나머지는 국내 또는 해외 정비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다.

MRO, 냉정하고 차분하게 바라보자

KAI 등이 예정대로 항공MRO 전문기업을 설립하고 국토부 로드맵에 따라 성장해간다면 2026년까지 2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고, 수입대체 1.86조 원, 생산유발 5.4조 원 등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KAI 등의 전망이다. 그러나 한 가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자리 수다. 여기서 말하는 일자리는 항공기 정비 직접 수행 인력과 그에 파생되는 항공부품, 소재, 가공 협력업체 등을 포함하고 있다.

   
▲ 국내 항공사 정비 현황(출처:국토교통부)

심지어 “향후 10년간 연 2000명 수준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KAI의 분석이고 보면, 2만 개의 일자리는 연간 일자리 10년 치를 단순 누적한 결과다.

또한 KAI가 밝힌 MRO사업의 단계별 사업 확장 계획을 보면, 1단계는 B737 등 정비능력을 인증 받은 조직을 활용해 사천을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한다. 하지만 항공기 휠, 브레이크, 랜딩기어, 보조동력장치 등 보기류 정비에 이르는 2단계에서는 부품조달기지를 김포지역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항공기 인테리어 개조는 물론 해외업체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엔진정비와 항공기 전수명주기 관리(Fleet Management)가 가능한 3단계에 이르면 인천, 제주 등 전국 공항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KAI는 “전국 공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MRO사업으로 발생하는 실제 일자리는 10년래 잘해야 2000개 정도다. 그것도 인천, 김포, 제주 등에 분산될 전망이다. MRO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기대심리를 필요 이상 조장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령 KAI를 향한 섭섭한 마음이 들지라도 말이다.

KAI가 MRO사업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정비물량을 붙잡는 것은 기본이요, 이를 통해 쌓은 기술력으로 민간항공기 개발 등 더 나은 단계로 성장해가야  한다. 이는 사천의 항공산업 성장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런 일련의 과정이 오롯이 사천을 중심으로 일어나리란 기대는 무리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은 MRO인 만큼 이제는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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