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문화의 은은한 울림, 극단「장자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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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문화의 은은한 울림, 극단「장자번덕」
  •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 승인 2017.11.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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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지난 11월 2일(목) 늦은 7시, 사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찾았습니다. 꽤 많은 관람객들이 벌써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요. 제가 이곳에 간 까닭은 극단 「장자번덕」(대표 이훈호)이 사천 브랜드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로 가무백희악극 「와룡산의 작은 뱀」(연출 이훈호, 작가 정가람) 공연을 펼치기 때문이었습니다.

산이 마치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을 지녔다 하여 이름한 와룡산은 사천과 삼천포 지역 주민들이 갖는 정신적 가치의 지주요, 호연지기를 기르는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천을 고려시대에는 왕의 고향 즉 풍패지향豊沛之鄕이라 일컬었습니다. 사연을 간략해 보겠습니다.

고려 태조의 아들 왕욱은 고려 5대 왕 경종의 부인인 황보와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는데 황보는 아이를 낳자 이내 죽고, 왕비와 정을 통한 왕욱은 죄인이 되어 경남 사천으로 귀양을 간다. 경종은 아비를 애타게 찾는 아이를 왕욱이 귀양 가 있는 사천의 배방사에 보냈고, 왕욱은 매일 아들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넘어 돌아오곤 했다. 하여 붙인 이름이 고자봉顧子峰(아들을 되돌아보는 고개). 4년 간 귀양살이한 왕욱이 죽고 개경으로 다시 가게 된 아들은 훗날 고려의 8대 임금 현종이 된다. 현종은 아버지와의 아픈 추억이 서려 있는 이곳을 애틋하게 여겨 현縣에서 사주泗州로 승격시켰고 자신의 풍패지향이라 했다.

사천시는 현종이 동자승으로 머물렀던 대산마을 배방사터와 왕욱이 귀양 살던 능화마을을 이어 벽화를 조성하고 꽃길을 가꾸어 ‘고려 현종 부자 상봉길’로 만들었습니다.

가무백희악극 「와룡산의 작은 뱀」은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이 천년의 역사, 풍패의 역사를 주제와 의식이 있는 이야기로 꾸며, 가산오광대와 만석중놀이 등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것입니다.

원나라로부터 폐위된 공민왕이 시공을 초월하여 현종과 만나, 국권을 되찾고 영토를 회복하고 백성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 연등회를 개최합니다. 광대들로 하여금 ‘결結’이라는 주제로 경연 대회를 펼쳐, 고려의 기틀을 새롭게 다지고 ‘완성(맺음)’시키려는 거대한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누운 용이 꿈틀대며 몸을 일으켜 비상하기를 염원하는 사천시민들의 정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극을 보면서 배우들의 진지한 표정과 연기와 대사 그리고 연주 소리에 흠뻑 끌렸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읽는 것이 다소 어려웠고, 긴장이 고조되어 정점에 이르는 부분과 극적 반전 요소가 약해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느낌이 밋밋하다는 점이었습니다.

1998년에 창단한 극단 「장자번덕」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문화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 또 주부 연극 교실 등 대중화를 위해 20년 세월을 꿋꿋이 끈질기게 버텨 왔습니다. 「장자번덕」은 어쩌면 문화의 변방에 서 있는 이 사천에 초석을 다지는 작은 촛불 중 하나일 것입니다. 처음엔 미미할지라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촛불에 힘을 실어 함께한다면 정권도 바꾸어 재창출하는 마당에 문화 혁명인들 어찌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지금 이들에겐 열정적인 큰 박수와, 용기와 희망을 토닥이는 가슴 뜨거운 격려와, 행동으로 말하고 보여 주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장자번덕」의 은은한 울림이 사그라지지 않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 문화의 꽃으로 와락! 피어나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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