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열렸다.
처서도 지나고 백로로 치닫는다.
여름은 긴 꼬리를 달고서 서서히 저물어 간다.
고즈넉한 山寺에도 여름이 졸고 있다.
머잖아 그 뜨거움을 추억하면서 다시 올 여름을 길게 기다리겠지.
古寺
조지훈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길
눈부신 하늘 아래
노을이 진다.
민들레꽃
조지훈
까닭없이 마음 외로울 때면
노오란 민들레 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이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 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이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여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