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아서 ②하동 박경리문학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박재삼의 시정신을 기리는 박재삼문학관이 사천시 노산공원에 2008년 개관했다. 하지만 10년이 가까이 되는 현재까지 별다른 활성화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100여 곳에 지역 출신 작가를 기리는 문학관이 있다. 일부 문학관 혹은 문학촌은 지역의 명소이자 지역을 주제로 한 문학창작의 산실이 되고 있다. 다른 지역 문학관의 운영 사례와 활동 등을 돌아보면서 박재삼 문학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박경리문학관 전경.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최참판댁 삼대와 주변 인물, 당시 민중의 삶을 통해 한국 근대사를 형상화한 대하소설 <토지>.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하동 박경리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박경리(1926~2008) 소설가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관은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 경남 통영 박경리 문학관, 하동 박경리문학관(옛 평사리문학관) 등 전국에 3곳이 있다. 이 가운데 하동 박경리문학관은 최참판댁과 토지 드라마 세트장을 중심으로 한 문학테마관광과 작가들이 상주하며 창작을 지원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도 이름이 높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출발한 하동 박경리문학관을 찾았다.

#소설 토지와 함께한 박경리문학관
하동군은 2000년대 초 악양면 평사리에 소설의 주인공인 최치수 및 최서희 일가를 중심으로 한 최참판댁과 그 주변 인물들의 생활공간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하동군은 박경리 선생 등 한국 문학사의 중요 문인들을 기념하고, 지역 관련 작품 등을 소장·수집 정리하기 위해 2004년 10월 9일 평사리문학관을 개관했다. 문학관은 하동문인협회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후 2008년 문학관 뒤편에 문인 집필실이 건립됐다. 문학관은 토지문학제를 비롯한 전국 청소년 한옥체험 및 문학교실, 토지 문학학교, 전국 문인대회, 달빛낭송회, 섬진강을 따라 걷는 박경리 토지길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평사리문학관은 지난해 5월 박경리문학관으로 문학관명이 변경됐다.
 

달빛 시낭송회 모습.

지난 6월에는 박경리 선생의 유품과 문학 작품, 관련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전시하는 전시공간이 생겼다. 이 전시관에는 선생의 유물 41점과 각 출판사가 발행한 소설 토지 전질, 초상화, 영상물, 사진물 등을 배치해 박경리 선생의 생애와 문학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옛 평사리문학관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56석 규모의 세미나실과 전시, 독서·집필 공간, 회의실, 문학관사무실 등으로 꾸며진 ‘문학&생명’관으로 재탄생했다. 

박경리문학관 측은 “2018년 박경리선생 타계 10주년을 앞두고 전시공간인 박경리문학관, 작가들이 입주해 문예창작을 할 수 있는 집필실, 다양한 문학 관련 세미나와 행사를 열 수 있는 문학&생명관 등 박경리 선생의 문학 정신을 알리고 계승 발전할 수 있는 종합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문학관 집필실 창작공간 활성화
박경리문학관은 매년 문학 분야 레지던스 사업을 통해 전국의 작가들에게 집필 공간을 제공하고 창작을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레지던스’ 사업이란, 작가에게 일정 기간 동안 창작실을 제공하고 기본적인 예술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적 성과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지역민과 만나 문화적 향유 기회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집필공간 제공은 물론 하동의 지역콘텐츠와 스토리를 발굴할 수 있도록 탐방 및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해왔다. 타지역 작가들에게 하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 것. 입주 작가들 역시 문학관에서 열리는 각종 북콘서트와 청소년 문학캠프, 토지문학제 등 다양한 문학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역문인과 문학동호인들과의 교류를 강화했다. 하동도서관 등에서 마련한 ‘글쓰기 강좌’에도 지도강사로 입주작가들이 참여해 지역민의 문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줬다. 입주작가들이 지도한 학생들이 각종 백일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입주작가들은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집필실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매년 6개월 이상 진행된다.

박경리문학관 하아무 사무국장이 집필실을 소개하고 있다.

#입주작가 작품 발표 지역 배경 눈길
지난해 입주작가들이 쓴 작품들도 속속 세상에 나오고 있다. 김명신 시인은 지난해 연말 시집 <고양이 타르코프스키>(실천문학사)를 출간했다. 송은일 소설가는 대하소설 <반야>(10권)를 문이당 출판사에서 펴낼 계획으로 1권이 곧 출판될 예정이다. 송 작가의 소설은 하동을 비롯한 지리산 인근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올해 역시 5명의 작가가 입주 중이다. 작가별로 창작을 하거나 개인 사생활 공간까지 모두 분리되어 작가별로 집필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대부분 신인작가들 중심으로 입주해 첫 시집이나 작품집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입주작가인 김한규 시인은 “단순히 집필공간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작품 속에 관련 경험들을 녹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문학잡지에 시를 활발히 발표하고, 경남신문 등 언론매체에  칼럼과 영화평 등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광미 수필가는 <선수필>, <대한문학> 등 문학잡지와 온라인 신문 등에 수필과 산문을 게재하며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문학관 교육적 기능 의미
하아무 문학관 사무국장은 “학교가 하지 못하는 문학수업, 작가를 발굴 양성하는 것도 문학관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수년간 문학 분야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인과 지역민의 교류의 폭을 넓히고 지역이 소재가 되는 문학작품 발표 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념사업, 문인에 대한 자료수집 발굴, 교육 기능 모두 중요하다”며 “저희 문학관의 경우 교육 분야는 여러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시 역시 최근 문학관 리모델링을 통해 어느 정도 보강했다. 가장 약한 부분인 자료수집과 발굴은 토지학회와 함께 상호 교류하며 유기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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