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비리·비자금 조성·부정 채용 등 혐의 적용
전현직 임원·사천시 국장, 협력업체 대표 등 12명 기소
KAI “수사 결과 존중” 대국민 사과 입장 자료 발표

▲ KAI 본사 전경.

검찰이 5000억 원대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66) 전 대표를 11일 구속 기소했다. 지난 7월 KAI 본사를 압수수색한 지 석 달 만이다. 이날 검찰은 KAI 전현직 임직원 9명(본부장 4명, 센터장 1명, 실장 4명), 사천시 국장 , KAI 협력업체 대표 등 12명을 함께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본부(부장검사 이용일)는 하성용 전 대표에 대해, △진행율과 매출조작 등을 통한 5358억 원대 회계분식 및 이를 통한 자본시장에서의 불법자금 조달 △환율조작, 허위 신용카드 전표를 이용한 20억 원 상당의 횡령 △청탁을 받고 순위와 점수 조작을 통한 부정 채용 △차명 납품업체의 주식대금 불법 수수 및 부당지원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대표는 2013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경영실적을 위해 자재 출고 조작, 손실충당금ㆍ사업비용 미반영, 원가 전용 등을 통해 매출 5358억원, 당기순이익 465억원 과대 계상한 혐의(외감법위반, 자본시장법위반)를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회계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해 6000억 원대 회사채 및 1조9400억 원의 기업어음 발행한 것으로 보고, 특경법위반(사기),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 하 전 대표는 회사 보유 외화를 매각하면서 환율조작을 통해 10억4100만원을 빼돌려 임의 사용하고, 노사활성화비 예산을 카드깡으로 4억원, 상품권깡으로 6000만원을 현금화해 임의 사용한 한 혐의(특경법위반(횡령), 업무상 횡령)도 받고 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하 전 사장과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3년 10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 청탁을 받고 서류 전형에 탈락한 지원자 15명을 합격처리해 면접심사 및 회사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하 전 대표에 대해, 2013년 9월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단장(준장)의 인사 청탁을 받고, 그의 지인 자녀를 부정 취업시켜주고, 2014년 6월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부단장(대령)의 인사 청탁을 받아 그의 자녀와 그 친구를 생산직 직원으로 부정 취업을 시켜주었다며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KAI가 언론, 관내 관청, 군 등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통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취업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천시 모 국장은 자녀에 대한 대가성 취업특혜를 제공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 외 청탁자들은 청탁사실은 인정되나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불입건됐다.

검찰은 하 전 대표의 위장회사 소유 관련 범행 사실도 적발했다. 하 전 대표는 차명으로 위장 납품업체를 운영하면서 구매본부장을 통해 선급금 명목의 특혜성 자금을 지원하게 하고, 물량 밀어주기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위장 납품업체 소유에 필요한 주식대금도 하 전 대표가 KAI의 다른 납품업체 대표에게 먼저 뇌물을 요구하여 조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하 전 대표 측근인 구매본부장이 금품 대납업체 대표를 몰래 만나 위장 회사 소유 사실을 검찰에게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 전 대표는 이외에도 방사청과 FA-50 계약 체결시 부품 견적서를 위조해 부품 원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방사청 방위사업비 129억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KAI가 일반 사기업과 달리 국가의 일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방위업체임에도 그 특성상 외부 노출이 차단된다는 점을 악용해 회계부정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비리를 저질러 공적기업의 사유화를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 결과와 관련해, KAI는 즉각 대국민 사과 입장 자료를 냈다.

KAI는 “KAI를 믿고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 그리고 주주, 투자자, 고객, 협력업체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한다”며 “이번 수사결과를 존중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체계를 갖추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 고객과 주주, 협력업체들이 염려하는 경영 및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빠른 경영 정상화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KAI는 국가 항공·방위산업에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으로서 엄격하고 더 높은 잣대로 사업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한 군대를 위해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첨단 국방력 강화와 국가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는 국민의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며 “KAI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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