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일)오전 10시 경상남도 진주시 신안동 진주 학생 실내 체육관에서 제1회 문명근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가 열렸다.

중소도시에서 전국적인 바둑대회가 열리기는 드문 일. 이곳 출신 문명근(55세, 프로기사 9단)의 업적을 기리고, 어린이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과 실력을 고취하기 위한 뜻깊은 대회다. 문명근 프로기사는 우리 고장 경남에서 최초로 입신(9단)의 경지에 오른 입지의 인물이다. 고교 졸업 후 혈혈단신 바둑판 하나만을 짊어 지고 깊은 산사의 독방에서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외로움을 떨쳐내고 홀로 바둑에 전념하여 프로에 입문하였다. 젊은 시절, 화려한 전투적인 기풍으로 고수킬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이제는 서울의 허장회 프로기사등과 함께 함께 후진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

문명근 프로기사 9단.

문명근 9단이 최초로 키운 프로기사 한상수 (프로기사입문 초단)군이 군복무 중 갑작스런 질병으로 숨지자 그는 한 때 깊은 시름과 좌절로 잠시 바둑을 그만 두기도 한 아픔을 겪었다. 아끼는 제자 한상수군을 잊을 수 없어 사재를 털어 한상수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를 지난 15여년 지속하였으나, 이제는 새로운 제자들을 키우고 바라 보자는 점에서 대회 명칭을 문명근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로 바꾼 것.

그가 길러 낸 제자 중 대표적인 프로 기사가 바로 김성룡(34세, 프로 9단)이다. 김성룡 9단은 바둑인이면 삼척동자도 아는 인물. 바둑 TV에서 명해설자로 이름을 날리면서, 기풍 또한 스승 문명근을 닮아, 호쾌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나라 프로기사 중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사람.

김성룡 9단.
靑出於藍而 靑於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푸른 빛은 쪽빛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푸르다.

스승의 가장 큰 보람은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는 것.

문명근 사범이 김성룡 9단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자랑스러움과 긍지가 가득하다. 그러한 따스한 눈길을 의식한 김성룡9단도 스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각오가 단단.

이번 대회에도 바쁜 일정을 모두 미룬 채, 서울에서 이곳 진주까지 밤새워 달려와 스승의 일에 발벗고 나섰다. 이번 대회 심사 위원장을 맡은 것.

어린이들의 사인 공세에 싸인 김성룡 9단.
사실 문명근 사범이 김성룡 9단을 바둑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그를 친자식처럼 한 집에서 먹고 한 이불 속에서 자면서 자식처럼 키워냈다. 알다시피 김성룡 9단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져 자랐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다정하게 포즈도 취하고.
또 다른 제자로는 주형욱(26세, 프로기사 5단)이 있다. 젊고 발랄한 프로기사로 매우 촉망받는 기사다. 그의 고향은 부산. 초등하고 시절 미소년같은 얌전한 주형욱 기사는 예리한 눈매를 지닌 기사로 변해 있었다.

주형욱 프로기사(5단)
또 한 사람의 제자, 김현섭 신예(21세, 초단)가 있다. 매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곳 진주출신의 프로 기사다. 부친(김영민, 대아고 교사)의 열성적이고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신예 프로 기사.

수줍음이 가득한 신예 프로 기사(초단) 김현섭.
그리고 이들 제자 외에도 오늘 대회에 얼굴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여수의 한종진(31세, 프로기사 7단) , 김선호 초단(26세 초단) 등을 배출했다. 한 사람의 프로 바둑 기사 제자를 길러 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문명근 프로 기사는 문하에 적지 않은 프로 기사를 길러냄으로써 우리 프로 바둑계에서 후진 양성에 모범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의 대회 진행을 위해 마산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열(68세, 프로 8단)이 바쁜 일정을 쪼개 함께 해 줬다.

박진열 프로기사
오늘의 대회 주최측은 진주시 바둑협회(회장 심국보).

심국보 진주시 바둑협회 회장.
전체 참가 인원은173명으로 서울, 인천, 경기, 충청 등 전국에서 내노라는 어린이 기사들이 참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종풀루를 염려하여 예비신청서를 내고 불참한 사례들이 있어, 실제 이 대회에 관심을 가진 어린이는 전국적으로 많은 숫자로 여겨진다. 실력에 따라 총 6부(최강부, 고급부,중급부, 꿈나무부,샛별부, 유치부) 로 나눠 나름대로 실력을 겨루었다.

결승에 오른 신진서 어린이(왼쪽)와 박진영 어린이.
오늘 최대 관심은 최강부 4강전, 4강에 오른 어린이는 신진서(부산 개림초등 3년), 박진영(진주봉곡초등 4년), 박재동(부산 개림초등6년), 임채홍(진주봉원초등 3년) 어린이.

결승대국
결승대국- 왼쪽 집흑, 박진영 어린이, 오른쪽 집백 신진서 어린이, 감독은 박진열 프로기사.
가장 극적인 승부는 신진서 어린이와 임채홍 어린이의 4강전, 끝까지 피말리는 접전끝에 흑을 잡은 신진서 어린이의 반집 승.

결전 후 임채홍 어린이의 울먹이는 표정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어린이에게 너무 가혹한 승부의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오늘의 우승은 신진서의 몫. 그의 꿈은 장차 목진석 9단을 닮은 프로기사가 되는 것.

그의 야무진 꿈을 위해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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