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교육지원청, ‘적정규모학교 육성’ 제안 검토
기숙사 짓고 교육 프로그램 지원금 180억 제공
통합학교 위치는 곤양고…“교명은 차후에 결정”

▲ 위에서부터 곤양고, 곤양중, 서포중 전경.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농산어촌지역의 학생수 감소와 그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두고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와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주장과 ‘작은학교 살리기’를 강조하는 주장이 부딪혀 왔다.

사천에서는 서부 3개면 지역 중학교인 곤양중, 곤명중, 서포중을 통합한 거점기숙형중학교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검토 4년째인 지난해 추진위원회를 해산하며 논의를 중단했다. 당시 사립이었던 곤명중은 통합에 반대했고, 찬성 입장을 보인 나머지 두 공립학교의 통합 방안이 교육부 중앙투융자심사위원회에 올랐으나 부적격 결정을 받았다. 통합하는 학교의 수가 적고, 통합 학교의 위치 또한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두 해 연속 부적격 통보를 받은 기숙형중학교 설립 추진위의 아쉬움은 컸다. 통합학교의 위치를 두고 두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민감한 충돌 끝에 합의안을 만든 데다 기숙형중학교가 가져올 많은 예산지원과 여러 가지 인센티브는 그만큼 매력적이었던 까닭이다. 추진위원장이던 박정열 도의원은 “통합은 어렵게 됐지만 서부 3개면 거점중학교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결과에 사천교육지원청도 아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역사회에서도 기숙형중학교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많다. 곤명중을 포함해 수년 내 재신청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업무를 맡았던 담당 장학사의 얘기다.

그런데 기숙형중학교 설립 추진위 해산 1년 만에 새로운 학교통합 이야기가 피어오른다. 이번에는 중학교 통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통합이 핵심이다. 관련 근거는 올해 2월 교육부가 내놓은 ‘2017년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면지역의 학생수 60명 이하의 초‧중‧고교는 통폐합 대상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이고 일률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가운데 최소한 학부모 65%의 동의는 꼭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적정규모로 학교 통합이 이뤄질 경우 통합학교 증설 또는 신축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숙사 신축비‧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여기에 폐교되는 중학교(학생 60명 이하) 1개교에 90억 원의 통합학교 운영지원금(=적정규모학교 육성 지원금)을 지원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통학버스 제공, 폐지된 학교 역사관 설립 등이 가능토록 한다.

올해 3월 기준 학교별 학생 현황을 보면 곤양중 48명, 서포중 44명, 곤명중 14명, 곤양고 63명이다. 각각의 교직원 수는 11명, 11명, 9명, 16명이다.

사천교육지원청은 이들 학교 가운데 곤양중과 서포중, 곤양고를 통합해 적정규모학교로 재편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곤명중의 경우 사립학교인 탓에 여전히 통합에 부정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통합에 동참할 경우 현행법상 학교의 모든 자산을 국가에 기부채납 하는 것과 같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곤양은 ‘반색’…서포는 ‘글쎄’
통합학교 세부 청사진 제시해야 설득력 가질 듯
교육청 “서부 3개면 교육환경 개선 마지막 기회”

적정규모학교 육성에 관한 사천교육지원청의 밑그림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렇다. 먼저 중고 통합형 학교가 기본이다. 학제가 6년으로 편성되는 건 아니지만 하나의 학교시설을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나눠 쓰는 개념이다. 일종의 행정적 통합인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인근 진주와 산청을 비롯해 전국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현 곤양고를 증설 또는 개축해 통합학교로 사용한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다만 학교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새로운 이름을 가질 수도 있단 얘기다. 고등학생에겐 기숙사를 제공하고, 중학생들에겐 통학버스를 제공한다. 나아가 최소 180억 원 이상 확보되는 적정규모학교 육성 지원금을 활용해 특색 있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사천교육지원청은 이 같은 계획을 세워 올해 3월 해당 학교장 상대로 한 차례 의사타진을 했으나 구체적 논의는 멈췄다. 산적한 다른 교육현안이 있는 데다 제19대 대통령선거로 인해 관심이 흐려질 수 있다고도 봤기 때문이다. 이에 조만간 지역별 설명회를 통해 학교 통합 논의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필 예정이다. 지역민과 학부모들의 공감대가 긍정적으로 형성될 경우 올해 안으로, 시간이 필요할 경우 내년에라도 다시 한 번 중앙투융자심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곤양고를 포함한 이번 통폐합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해 사천교육지원청 황은영 교육협력담당은 학부모와 지역민들의 동의 여부를 최대 변수로 꼽았다. “지난번엔 2개교만 통합하는 거여서 심사 과정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3개교가 통합하면 통합 효과가 커서 중앙심의는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부모와 지역민들이 동의만 하면 되는데,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만큼 잘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학부모와 지역민들의 동의가 관건이란 얘기다. 그런데 취재 결과 곤양과 서포 두 지역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곤양의 경우 기숙형 통합 중고교가 곤양에 들어서는 것이라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곤양고를 향한 지역민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좋은 고등학교가 있으면 중학교, 초등학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 상호 시너지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학부모들은 물론 지역민들도 반기는 것으로 안다.” 곤양면 출신의 김봉균 시의원의 얘기다.

반면 서포 쪽은 신중한 편이다. 사실상 중학교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학부모 입장과 동창회 입장, 그리고 지역민들의 입장이 미세하게 엇갈림도 감지된다.

“학교가 없어지는데 좋아할 지역민이 어디 있겠나. 다만 학생수가 줄어드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에 고민은 된다. 여론을 들어보니 학부모들 중에는 찬성하는 쪽도 있지만 반대하는 쪽도 적지 않더라. 지역민들은 더 그렇고. 그러니 그대로 유지되는 게 맞다고 본다.” 서포 출신의 이종범 시의원의 말이다.

이렇듯 학교 통폐합을 둘러싼 두 지역 분위기에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물론 사천교육지원청이 세우고 있는 적정규모학교 육성에 관한 구체적 밑그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변화 가능성은 있다. 학생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적 상황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올해 서포중과 서포초 입학생은 9명과 10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사천교육지원청 김정규 교육장은 지역을 살리는 뜻으로 학교 통합을 바라봐 달라고 당부한다.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오게 하기 위해선 먹고 살 일도 있어야 하지만 자녀를 위한 좋은 교육환경도 뒤따라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이 서삼면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서삼면을 위한 ‘교육행복지구’ 이런 걸 교육계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한편에선 “학교 통폐합에 따른 각종 지원책을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그 지원으로 이 학교를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학교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가 될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교육을 접목하는 특색 있는 학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개념의 대안학교를 만들 것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교육계와 학부모, 지역인사 등이 참여하는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위원회가 추진 과정에서 토론과 협의를 통해 결정해 나갈 일이지만 그들의 사전 이해를 돕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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