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열한 계단>

▲ 「열한 계단」채사장 / 웨일북 / 2016

정보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 정보가 사람의 행동을 제약할 정도다. 그래서 널려 있는 정보 중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가치 있는 지식만을 선별하여 단순하게 가다듬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진열하여 지식가게를 열었다. 그 지식가게의 사장은 채사장이다.

2015년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기록한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진행자이자 지식가게의 사장이며 『시민의 교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작가로 130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채사장이 근래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을 내용으로 『열한 계단』을 출간했다.

이 책은 어느 평범한 인간이 태어나 처음 책을 읽고, 질문을 만나고, 깨달음과 깨부숨을 반복해가며 한 명의 지식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열한 개의 경험과 사유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꼴찌를 겨우 변하며 영혼 없는 아이로 지냈던 학창 시절부터 깨달음과 그 깨달음의 균열을 반복하며 책과 더불어 보낸 20대 청춘, 그리고 커다란 교통사고, 매 시절의 굽이마다 저자의 내면에 어떤 고민과 사색이 있었는지 차례로 펼쳐진다.

문학, 종교, 철학, 역사뿐 아니라 예술의 영역까지 아우르며 펼쳐지는 질문을 따라 계단을 오르다  보면, 때론 깔깔대고, 때론 울먹하며, 조금 불편해하고 가끔 편안해하는 사이 문득 놀라운 곳에 당도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분야 및 지식을 저자 특유의 이미지화로 이해를 높이고 명료하게 기억에 남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헤겔의 변증법을 도입하여 불편함의 변증법이라는 이론으로 자신의 내적 성장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자신을 불편하게 흔들어 키운  책 목록을 마지막장에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BC 1세기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말을 가져와서 ‘표류하지 않고 항해하는 삶을 살기’를 강한 메시지로 전달한다.

초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 이 책과 더불어 자기만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나가며 새로운 자신을, 색다른 삶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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